“중국은 성조가 다르면 뜻이 바뀌어요. 다시 한 번 같이 해볼까요”
지난 27일 토요일 오전 물금읍 범어리 효성백년가약도서관(관장 권정숙)에는 앳된 고등학생이 앞에 서서 중국어 가르치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 수업을 맡은 선생님은 배진수(18, 물금읍) 학생. 진수는 김해외국어고등학교 2학년으로, 중국어를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기숙사 생활로 수업 하지 못하는 첫째ㆍ셋째 주에는 칭화대학 4학년인 누나 배아영(23) 씨와 어머니 박은주(50) 씨가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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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중국어 배울 수 있는 기회
작은도서관에 스스로 제안
“양산에서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해서 안타까웠어요”
진수는 중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중국어를 배울 기회가 적다고 느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중국어에 자신감이 붙었고, ‘직접 한 번 가르쳐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작은도서관의 문을 두드렸다.
이런 진수의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 박 씨는 연신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스스로도 도움 되지만 남에게 도움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뿌듯하다”며 “이 작은 활동이 밑거름이 돼서 사회에서도 도움 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수 역시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도움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6년 가량 중국 유학생활로
중국어 말하기 실력 수준급
“수업 시간에 자다가 선생님께 불려갔는데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조차 없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들리기 시작했죠”
초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중국으로 건너간 진수는 누나, 엄마와 함께 중국 북경에서 6년 정도 지냈다. 중국 도착 다음날부터 중국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등 진수는 직접 부딪히며 중국어를 익혔다.
어렸을 때 시작한 중국 생활로 중국어 실력은 이미 수준급이다.
올해 4월에는 동아대학교가 주최하는 동아공자아카데미 중국어말하기대회에서 대상을, 본선 대회격인 서울공자아카데미 대회에선 금상을 받았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세계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할 예정이다.
이처럼 현지에서 중국어를 익힌 진수에게 회화는 문제없지만 문법은 다소 어려울 때도 있다. 그래서 이번 강좌는 진수에게 중국어 기초를 다지는 기회가 되고 있다.
현지서 사용할 수 있는 ⓒ 양산시민신문
중국어 가르치려 노력
“학생들이 중국어로 글을 쓰기보다 현지서 말할 수 있도록 중점을 두고 가르치려 해요”
진수가 하고자 하는 수업은 교과서에서 탈피해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회화 중심이다. 책 내용과 현지에서 쓰이는 말의 차이를 알고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해외고 1학년이 사용하는 중국어 교재를 바탕으로 실제 현지에서 대화할 때 도움 될 수 있도록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중국어를 좋아하고 전공하기 때문에 진수의 수업 준비는 어렵지 않다. 다만 아는 것을 어떻게 하면 좀더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주로 고민한다. 또한 기숙사 생활 때문에 두 주에 한 번 양산에 오다보니 수업 내용 연결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자주 복습하려고 노력한다.
5명밖에 없다보니 가르치는 입장에선 아쉬울 법도 한데 오히려 회화 수업은 사람 수가 적은 게 좋다며 너스레를 떤다. “지금보다 많으면 한 명 한 명 챙기기 힘들 수 있어요. 회화 수업은 지금 규모가 배우는 학생에게 도움 될 거라고 봐요”라고 말했다.
중국어 통해
외교관의 꿈 이루고 싶다
“언제까지 하겠다고 정하지 않았고, 지금 배우는 교재는 다 가르쳐드리고 싶다”
진수는 내년에 고3이 되더라도 수업을 계속 할 생각이다. 수시로 대학을 진학할 계획이기 때문에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어 실력과 활발하고 어울리기 좋아하는 진수의 장래희망은 외교관이다. “어렸을 때부터 외교관이 꿈이었는데, 중국어를 좋아하고 계속 배우다보니 꿈이 점점 확고해졌다. 장점이나 능력을 살려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