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무개(38, 북정동) 씨는 지난달 8일 유치원생 딸아이가 받아 온 안내문을 보고 단단히 화가 났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원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휴원하게 되었다며 가까운 유치원으로 보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원아수 200여명의 대규모로 13년 동안 운영해 온 유치원이 하루아침에 휴원 통지를 하고서도 무슨 이유인지 설명조차 없는 유치원의 태도에 분노한 학부모는 김 씨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일 북정동 ㅋ유치원은 항의하기 위해 찾아 온 학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휴원 안내문을 받은 뒤 몇 차례에 걸쳐 유치원 관계자와 면담을 통해 대책을 이끌어냈지만 지켜지지 않은데 대한 항의로 단체행동을 강행한 것이다.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 경위를 파악한 결과 그동안의 교육 부실과 원생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속속 밝혀졌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몇 개월 전부터 이미 보육교사들과 원장 간의 불화로 제대로 된 교육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여름방학 동안 진행됐던 유치원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원한 사실도 알게 됐다. 공사자재가 곳곳에 방치되고 먼지가 날리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급식을 했다는 사실에 학부모들은 유치원을 대상으로 피해보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유치원측은 이사장 명의로 학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해 입학금과 수업료, 교재비 등을 지난달 31일까지 환불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했는데 이마저도 이사장의 부인인 원장이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내면서 사태가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원장은 입학금과 가방, 원복 등은 전학하는 유치원에서 협조해 주기로 했다며 8월분 교육비와 중식비, 재료비 등에 대해서만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난데없는 휴원에 환불까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한 달 가까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유치원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유치원 원장은 “휴원통보는 교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원장의 뜻과는 상관없이 보내진 것”이라며 “피해보상비 지불 약속 역시 원장이 아닌 이사장이 내린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8월 한 달 휴원에 따른 실비에 대해서만 학부모들에게 환불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부모들은 행정당국에 ㅋ유치원에 대한 행정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유아교육법에 맞지 않는 휴원통보와 공사 중에 개원한 점 등 유치원의 과실이 인정되는 부분이 많아 원급과 원생 수를 감면하는 행정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