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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칼럼]전세난이 시작됐다..
오피니언

[부동산칼럼]전세난이 시작됐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1/09/06 09:37 수정 2011.09.06 10:40



 
↑↑ 서정렬
영산대학교 부동산ㆍ금융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추석을 앞두고 가을철 전세난이 시작됐다. 경남도의 경우에도 전세가격이 전국 평균인 0.08%보다 높은 0.1%를 보였다. 울산시와 양산시는 똑같이 0.05%, 부산시는 0.04% 상승했다. 문제는 ‘전세난’이 국지적ㆍ계절적인 단기 이슈가 아닌 주택시장 전반의 구조적인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형 주택의 수급불균형과 가격 하락기의 접점이 만든 현재의 ‘전세난’이 단순히 반복되던 기존의 전세난과 다른 이유와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전세난은 항상 있었다. 특히 학군 수요가 있는 겨울방학 중 1, 2월을 전후한 시점의 계절적 반복 성격이 강했다. 이런 이유로 ‘전세난’에 대해 이전과 다른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 역시 최근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매매가의 ‘가격 하락’이라는 시장의 시그널이 있고서부터다. 그만큼 전세난은 매매가 상승에 묻혀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한다. 전세난의 심각성은 어떤 시장의 변화를 내포하고 있을까?

가장 큰 첫 번째 변화는 전세가 상승 이후 매매가 상승이라는 시장의 반복적 메커니즘이 깨졌다는 것이다. 전세난은 전세 물건의 일시적 수급부족에 따른 결과다. 따라서 전세 물건이 많아지면 전세난은 해소된다. 그러나 전세난에 따른 전세가격의 상승이 내 집 마련을 꾀하는 실수요자 또는 대체수요자들의 매수세를 자극시켰고 이러한 매수세의 증가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매매가격을 상승시켜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반복적 인과관계가 깨졌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전세가격은 오르지만 매매수요로 연결되지 않음에 따라 매매가격의 추세적 상승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번째, 전세난이 특정 시점, 특정 기간 동안 전세 물건의 공급부족에 따른 전세가격의 상승에 그치지 않고 반전세, 반월세 등 이전과는 다른 계약 방식을 보편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집 값 상승의 레버리지를 기대할 수 없는 여건이 조성되면서 전세보다 이율이 높은 월세 등을 통해 이자 등의 금융비용을 보전하려는 집 주인(임대인)들의 의식 변화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임대시장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사적임대시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전세제도를 월세로 전환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세 번째, 전세난은 전세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가속시킬 것인 반면 매매시장의 위축에 따른 집 값 하락은 장기적으로 내 집 마련 수요를 감소시켜 기존 재고주택의 추가적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보유주택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집단적 불안감은 집단적 매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추이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전세난이 매매가 상승으로 옮겨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소비자 대상의 설문에서 나타난다. 최근 네이버 포털의 설문조사 결과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응답비율이 83%를 넘어섰다. 9월23일 종료 예정인 이 설문은 전세가격이 현재보다 불안할 경우 시장 상황과는 상관없는 심리적 반등에 따라 매매가 상승 쪽으로 수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까? 전세값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릴까? 지금은 모멘텀이 약하다. 첫째, 미국 발 재정위기에 따른 리스크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국의 여건 변화에 따라 리스크의 강도와 해소 시기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권한 밖’이다. 둘째, 내수기반이 약하다. 물가는 오르고 실질소득은 감소했다. 여기에 900조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자발적인 내수 확대를 막는 최대의 걸림돌이다. 하우스 푸어는 다름 아닌 ‘나’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가격이 오른다고 집을 매수하기에는 여력이 없다. 산다고 해도 기존 보유주택이 쉽게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결정을 미루게 한다. 바로 내 옆집, 내 선후배의 경우가 그렇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최근의 시장은 구조적인 변화를 수반하면서도 그 변화가 잠재하고 있는 시장이다. 폭발력이 내재하고 있는 정중동의 시장인 셈이다. 정치가들이 아직 모르는 시장의 변화는 이렇듯 추석을 전후해 폭발력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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