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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시]늙은 호박
오피니언

[초대시]늙은 호박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1/09/06 09:50 수정 2011.09.06 10:26




 
↑↑ 서정홍
농부 시인
‘전태일 문학상’과 ‘우리나라 좋은 동시 문학상’ 수상
시집 <아내에게 미안하다>(실천문학사) <우리 집 밥상>(창비) 등이 있음
한국작가회의 회원
ⓒ 양산시민신문 
잘생긴
늙은 호박 하나 따는 일
쉬운 게 아니더라.


심을 자리 밑거름 넉넉해야 하고
튼튼한 씨앗 있어야 하고
새싹이 자라 덩굴 감고 올라가면
절대 손대선 안 되고
애호박 열리면
따먹지 말아야 하고
비바람 견딜 수 있도록
자리 잡아주어야 하고
다른 사람 손 타지 않게
틈만 나면 눈길 주어야 하고
서리 맞히면 안 되고…


하늘과 땅과 사람이
서로 나누고 섬겨야만
늙은 호박 하나 딸 수 있으니


그대여, 들녘을 걷다가
늙은 호박 하나 눈에 띄거든
그냥 지나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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