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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장애 비장애 함께 살아가기 좋은 도시] 장애인들 공공기..
기획/특집

[장애 비장애 함께 살아가기 좋은 도시] 장애인들 공공기관 출입 '첩첩산중’

박미소 기자 althzzz@ysnews.co.kr 입력 2011/09/06 10:14 수정 2011.09.06 10:17
⑤ 장애인 복지,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한다

- 양산지역 공공기관 장애인편의시설 실태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는 비장애인도 살기 좋다고 한다. 현재 양산에 등록된 장애인은 1만2천여명으로 전체 인구 26만명의 비율로 따지자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경제권, 이동권, 교육권 보호는 선택이 아닌 의무이지만 여전히 장애인복지정책은 일시적 시혜와 동정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어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선진복지사회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수다. 살기 좋은 지역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에 본지는 타 도시의 장애인복지사업 우수사례를 통해 장애인복지사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알아본다.


① 장애인이 자유롭게 씻을 권리 보장
② 장애인의 풍요로운 문화생활
③ 장애인편의시설은 장애인이 직접 사전점검
④ 장애인의 여가생활 공간 제공
⑤ 장애인 복지,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한다
     양산지역 공공기관 장애인편의시설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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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경제권, 이동권, 교육권 보호는 선택이 아닌 의무다. 복지사회로의 첫 걸음은 사회적 자가 큰 어려움 없이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양산지역의 대표 공공기관마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공공기관 장애인시설 실태조사
양산, 경남 가운데 10위에 그쳐


“시민 혈세를 들여가며 장애인편의시설을 만들면 뭐합니까. 장애인들이 이용하지도 못할 걸…”

양산시청을 찾은 지체1급 장애인 유종철 씨는 휠체어를 탄 채 화장실에 들어가려 안간힘을 쓰다 포기했다. 좁은 입구에 실내 공간 역시 휠체어가 회전하기는 턱없이 작았기 때문이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겨우 화장실을 다녀온 그는 “장애인은 혼자서 공공기관에 오지 말라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산시지회(지회장 박상호, 이하 자립생활센터)가 양산시청을 비롯해 보건소, 우체국, 읍ㆍ면ㆍ동 주민센터 등 양산지역 주요 공공기관 33곳을 대상으로 장애인편의시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 기관이 장애인관련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이 조사는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양산지역을 포함해 경남 전역의 공공기관 1천12곳을 대상으로 주차장, 경사로, 엘리베이터, 화장실 등 설치 및 이행률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양산지역은 경남 18개 시ㆍ군 가운데 10위에 머물러 경남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장애인시설이 비교적 잘 되어 있는 곳은 진해, 거창, 김해, 창원, 하동, 창녕, 마산, 밀양, 합천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출입 잦은 시청, 보건소, 도서관
형식적인 시설에 운영도 부실 


↑↑ 내부 공간이 좁아 전동휠체어가 들어가기 어려운 시청 장애인 화장실.
ⓒ 양산시민신문
자립생활센터가 조사한 공공기관 가운데 시청, 보건소, 도서관은 특히 민원인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다. 때문에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들 역시 자주 드나들고 있지만, 장애인편의시설은 흉내내기에 그친 모습이다.

양산 대표 공공기관인 시청은 남ㆍ녀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아닌 일반 화장실 내에 장애인용 칸을 따로 설치해놨지만 좁은 출입문으로 인해 휠체어가 들어가기 힘들다. 화장실 내부 역시 휠체어가 회전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작아 형식적인 설치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보건소는 출입구에 장애인전용주차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보건소는 건강검진과 예방 등을 위해 장애인과 노약자가 특히 많이 찾는 공공기관이지만 협소한 주차공간 탓에 장애인전용주차공간은 비장애인들의 차지가 되기 일쑤다.


양산도서관을 찾는 장애인들은 1층 외 도서관 시설은 이용조차 할 수 없다. 2층, 3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수단은 오롯이 ‘계단’뿐이기 때문.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리프트가 마련돼 있지만 고장이 나 이미 중단된 지 오래다. 이러한 도서관 모습은 장애인들의 ‘책 읽을 권리’ 조차 막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김남수 씨는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공공기관 업무처리를 선호하지만 시각ㆍ청각 장애인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양산지역의 공공기관은 음성정보와 자막 등 장애인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의무지침을 무시한 채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 보건소의 협소한 주차공간으로 인해 장애인전용주차장이 비장애인들의 차지가 되기 일쑤다.
ⓒ 양산시민신문


↑↑ 엘리베이터가 없는 도서관에 휠체어 리프트가 마련돼 있지만 고장이 나 중단된 지 오래다.
ⓒ 양산시민신문


주민센터 중 하북면 우수, 평산동 미흡
“장애인시설은 공기관의 당연한 의무”


각 읍ㆍ면ㆍ동 주민센터 가운데는 하북면사무소가 비교적 장애인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것으로 조사됐다.

1990년에 건축돼 20여년이 지난 건물이지만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정도는 여느 신축 건물보다 우수했다. 주차시설과 경사로, 출입구, 화장실 등 장애인들의 공공기관 출입을 원활하게 만드는 대부분의 장애인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반면 2007년 4월 건축된 평산동주민센터는 경사로ㆍ화장실ㆍ서비스 등 상당수의 편의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기본 편의 시설인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따로 없을 뿐더러 출입문 바로 앞에 위치한 주차장으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는 입구조차 들어서기 힘들었다.

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지어진 것이기 때문에 어느 시설보다도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양산지역 33곳 공공기관은 다소 미흡한 설치율을 보였다”며 “배우고 싶고 놀고 싶은 욕구도 비장애인과 같지만 주변 환경이 장애인의 발걸음을 막고 있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 양산시민신문
[기자수첩] 상식 벗어난 장애인화장실

함양의 장애인만을 위한 ‘함양장애인전용목욕탕’, 장애인들도 책을 읽고 꿈을 꿀 수 있는 전주의 ‘전북시각장애인전용도서관’, 장애인의 눈으로 점검하는 목포의 ‘장애인편의시설 사전점검제도’, 그리고 안동의 중심가에 위치한 ‘안동시장애인종합복지관’.

본지 기획취재를 통해 지면에 소개됐던 지역별 복지시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장애인들의 시각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법에 얽매여 의무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전북시각장애인전용도서관은 도서관이라면 으레 갖추고 있어야 할 책상과 의자조차 없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에 화려한 시설이나 겉치레는 생략하고 시각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양산은 어떠한가. 이것이 과연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인지, 건물의 형식을 맞춘 생색내기인지 애매하다.

최근 개관한 국민체육센터는 현대화된 건물, 넓은 주차장 등 시설환경은 일반 시민들에게 합격점을 받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장애인전용화장실 때문이다. 남녀구분이 되어 있지 않은 허울뿐인 장애인전용화장실 때문에 장애인은 성별도 없고 인권도 없는 사람들로 취급되는 것 같은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양산지역 장애인은 모두 1만2천여명. 양산 전체 인구의 4.6%에 해당한다. 이들은 좀 더 풍족한 삶을 살고 싶다고 욕심내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권리, 인간답게 살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화장실 하나도 일반적인 상식에서 만들어 달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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