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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허 씨는 우연한 계기로 봉사를 시작했다. 올해 초 씨동무작은도서관에 놀러갔다가 도서관 관계자의 눈에 띄었던 것.
허 씨는 다섯 살배기 아들과 당시 도서관에 놀러온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어줬다. 아이들이 낯설어하는 영어책을 유창한 발음에, 의성어와 의태어를 섞어가며 맛있게 읽어준 허 씨는 아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고, 도서관 관계자의 마음도 단번에 사로잡았다. 도서관측의 제의에 봉사하게 된 허 씨는 “우리 아이에게 읽어줄 겸 같이 있는 다른 아이에게도 읽어주는 거죠”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매주 30분 남짓 수업에 읽어주는 책도 네 권에 불과하지만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다. 허 씨는 주로 양산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데, 유아에게 읽어줄 만한 영어책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두 시간 동안 책 고르기에 매달린 적이 있을 정도다.
허 씨는 “글 분량이 적으면서도, 재밌는 그림이 많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져서 고르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릴 때도 있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최근엔 씨동무작은도서관측의 배려로 영어책을 살 수 있는 여건이 됐지만, 다섯 살 아들과 함께 서점을 찾아다니기는 버거운 편이다. 허 씨는 “책만 원활히 준비된다면 더 많이 읽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 년 동안 수업하다보니 허 씨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영어로만 읽어주면 아이들의 이해가 떨어지고 집중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한국말을 덧붙여 집중을 모으고, 다소 이야기가 복잡한 책은 시작 전 줄거리를 간략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허 씨가 영어동화구연을 봉사하는 데는 외국 현지 경험이 도움됐다. 호주에서는 초등학교에서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수업을 맡았고, 미국에서는 캠프선생님으로 활동했다. 주말엔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도 했다.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운 것이다. 그렇게 5년 지난 2002년 한국에 돌아온 허 씨는 2004년 캐나다 출신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이젠 현지 경험을 바탕으로 재능기부를 하는 셈이다.
비록 봉사이지만 개인사정으로 한 주 쉰 것 외에는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책을 읽어주는 허 씨. 허 씨는 활동 기한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이사나 임신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계속 할 생각이다. 다만 허 씨는 “혼자 수업을 준비하고 이끌어가다 보니 버거울 때도, 외로울 때도 있다”며 “관심 있는 엄마가 있다면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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