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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이슈&현장]스쿨존, 무관심 속에 위험만 쌓여간다..
사회

[이슈&현장]스쿨존, 무관심 속에 위험만 쌓여간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397호 입력 2011/09/27 09:47 수정 2011.09.27 09:34
안전불감증 만연하는 스쿨존 실태 고발




동산초등학교 스쿨존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학교 앞 문구점으로 향하던 8살 김아무개 양이 좌회전 하던 승합차에 치인 것. 김 양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스쿨존은 어린이를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경찰서가 지정한 곳이다. 하지만 부실한 안전시설로 인한 이름뿐인 스쿨존은 오히려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각지대로 변질되고 있다. 위험천만한 등굣길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 아이들을 지킬 방법은 없는 것인가. 제동 풀린 스쿨존 내 안전불감증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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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특별보호구역인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부터 최근 3년간 양산지역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모두 15건으로 이 가운데 3건이 사망사고다. 올해는 지난달 26일 발생한 사망사고를 포함, 현재까지 벌써 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스쿨존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범칙금을 두 배로 물게 된다. 이처럼 나날이 급증하는 등ㆍ하굣길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 든 것이지만, 스쿨존 내 교통단속카메라가 거의 없는 양산지역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다.

현재 양산지역 스쿨존 지정구역은 초등학교 32곳, 유치원 19곳, 어린이집 9곳으로 모두 59곳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과속ㆍ신호위반 단속카메라는 동산초 한 곳뿐이며 불법 주ㆍ정차 단속카메라도 삽량초, 오봉초, 신기초 등 세 곳이 전부다.


불법적 운전습관
버리지 못하는 어른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양산지역은 여전히 운전자들의 스쿨존 규정 준수의식 정도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버젓이 스쿨존 표지판이 있음에도 많은 차량이 불법주차를 하고, 시속 30km라는 제한속도가 무색할 정도로 덜커덩 거리며 과속방지턱을 넘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일부 운전자는 다른 차량이 스쿨존 내에서 속도를 줄이는 틈을 타 불법 유턴도 수시로 행하고 있다. 우리의 안전 불감증과 어른들의 불법적인 운전습관은 스쿨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신기초등학교 스쿨존은 비양심적인 택시들로 인해 수년간 몸살을 앓고 있다. 신기초 스쿨존은 민원인 출입이 찾은 삼성동주민센터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구에 위치해 있어 택시들의 불법 주ㆍ정차 단골구역으로 이용되고 있다. 때문에 학부모들의 요구로 불법 주ㆍ정차 단속카메라를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다. 카메라 회전방향을 피해 5~10분 정도 정차했다가 승객을 태우고 가는 얌체 택시들이 여전히 성업 중이다.

하지만 택시 불법 주ㆍ정차는 택시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스쿨존에서 20m 남짓 떨어져 있는 택시정차장을 이용하지 않으려는 시민들도 상당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양산초등학교 스쿨존은 아예 전용주차장이 되어 버렸다. 스쿨존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는 인도 위에 차량들이 버젓이 주차를 해 놓기 때문이다. 주차공간이 없어 잠시 정차해 놓은 것이 아니라 매일 차량이 번갈아 가며 이 곳을 인근 건물 전용주차장처럼 사용하고 있다.


아찔한 등굣길
우리 아이들 무방비 노출


흔히 어린이 교통사고는 대처능력이 떨어져 순간적으로 닥치는 위험요소를 피하지 못하는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되는 위험요소를 그대로 방치한 채 아이들에게 주의만 강요하고 있는 스쿨존도 상당수다.

대규모 산업단지 진입로에 있는 소토초등학교와 아파트 입주로 교문 앞 차량출입이 급증한 동산초등학교 등이 대표적인 위험지역이다.

소토초는 학교 주변으로 공단이 조성돼 있는데다 경부고속도로, 국도35호선 등 대규모 도로에 둘러싸여 학습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학교다. 여기에다 학생들이 통학로로 이용하는 도로가 산막일반지방산업단지 주진입로로 계획되면서 대형차량과 학생들이 위험천만한 동행을 하고 있다. 때문에 소토초 학생 상당수는 학원 차량을 이용해 등ㆍ하교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학부모는 “형편 때문에 학원을 보내고 싶지 않아도 등하교 문제가 걸려 울며 겨자먹기로 학원을 보내고 있다”며 “학교주변 환경 역시 과거와는 달리 어둡고 침체되어 있어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린 날도 혹여나 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안타까운 어린이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동산초 역시 등굣길이 위험천만하다 는 지적을 받아 온 곳이다. 지난 6월부터 인근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교문 앞 차량출입이 대폭 증가해 아이들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등교 시간에는 출근하는 아파트 차량에 아이들을 태운 학원차량과 학부모 차량까지 학교 앞 도로를 점령하면서 학교 앞은 교통대란을 겪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교 앞 차량통행이 늘어나면서 사고 위험에 대한 주장을 계속했지만 그대로 방치되다 결국 지난달 사망사고가 발생하고야 말았다”며 “어린 아이들의 목숨을 지키는 일을 절차나 예산 등을 핑계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 동산초 앞 건널목에 청색 신호등이 켜졌지만 차량들은 이를 무시한 채 주행하고 있다. 이 곳은 지난달 어린이 사망사고가 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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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단 입구에 위치한 소토초는 위험천만한 통학로로 인해 도보로 하교할 수 없어 학생들이 교문 앞에서 학원차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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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초 스쿨존에는 불법 주정차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만 택시들은 버젓이 교문 앞에서 승객을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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