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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개막식에 아이돌 스타 공연은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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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개막식에 아이돌 스타 공연은 반대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398호 입력 2011/10/04 09:53 수정 2011.10.04 09:38



 
ⓒ 양산시민신문 
삽량문화축전 개막식은
우리 것, 우리 문화로 치러야
아이돌 스타 공연으로 모인
구름관중 만족해서는 안돼


삽량문화축전의 개막식에 역대 최다 관중이 모였다. 지난달 30일 저녁 양산천 둔치에는 축전 개막행사를 구경나온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특설무대 정면 제방과 돌계단에는 1만개의 소망등과 함께 가족 단위 구경꾼들 수만명이 모여들었다.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은 축사에서 양산시민의 뜨거운 열기를 칭송하였고, 고향을 찾은 출향인사들도 부쩍 성장한 향토의 면면에 뿌듯한 마음을 금치 못했으리라 짐작된다.

이날 개막식과 축하공연은 지상파방송인 MBC에서 진행했다. 직업 아나운서 두 사람이 진행자로 나섰고 지미짚으로 불리는 공중촬영장비가 무대를 휘감았다. 많은 비용을 들인 무대장치와 조명 아래 화려한 개막식이 진행됐다. 식 자체는 나동연 시장의 개회사와 몇 사람의 내빈 축사로 간단하게 계획됐고 개막에 앞서 양산학춤의 기능보유자인 학산 김덕명 선생에게 2011년 시민대상이 증정되었다.

개막식 행사가 끝남과 동시에 객석을 가득 메운 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이 아이돌 스타의 이름을 연호하며 무대 앞자리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때 쯤이면 개막식에 참석한 인사들은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나가야 한다. 머뭇거리다 보면 아이들에게 파묻혀 꼼짝달싹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주요 인사들이 비운 자리에는 어느새 청소년들로 채워진다. 드디어 사회의 요란한 소개와 함께 쇼 공연이 시작된다.

정치인들은 수많은 관중이 모인 자리에 얼굴을 알릴 수 있어 대환영이고, 축전을 기획한 추진위원회와 진행을 돕는 시청 공무원들의 노고는 눈물겨울 정도다. 하지만 명색이 문화를 부르짖고, 박제상을 테마로 하는 축전이라면 크게 아쉬운 부분이 있다. 개막식은 전체 행사의 성격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효충사에서 고유제를 지내고 행사장까지 박제상 공의 혼불을 봉송하면 무엇하나. 막상 개막식 진행에서 운집한 시민들에게 축제의 본질과 의의를 알리려는 시도는 찾아볼 수가 없다.

사회자의 멘트 중 몇 번 언급하는 박제상에 대한 소개도 상투적이다 못해 부끄러울 지경이다. 오죽하면 ‘삼장수’를 이해하지 못해 ‘심장수’로 읽는 실수까지 나왔다. 이것은 지역문화와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데서 오는 당연한 결과다.

시민대상 수상자에 대한 배려는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여든여덟의 고령에도 꿋꿋하게 단상에 오른 학춤의 대가 학산 김덕명 선생의 수상은 불과 1분도 안 돼서 끝나고 말았다. 배경화면에는 자막 한 줄로 그만이다. 시장이 상패를 전달하고 지인들이 올라와 꽃다발을 안기고는 끝이다. 이게 뭔가. 소감 한 마디 표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시민대상 수상은 이미 보름 전에 결정되었다. 그렇다면 선생의 어떤 공적이 시민대상을 받을 만 했는지에 대한 소개를 영상으로 만들 시간은 충분하다. 수상자가 오르고 내리는 시간에 선생의 춤사위를 무대 위 화면으로 보여준다든지 공적을 자막으로 제공한다든지 하여 시민들 모두가 존경심을 갖고 축복하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당사자 입장에서는 큰 상을 받은 감회를 시민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부상도 없는 상패 하나 달랑 안기면서 아이돌 공연에 앞서 스쳐지나가는 이벤트로 기획한다면 굳이 시상식을 축전 개막식에서 할 필요가 없다.

구름관중이 몰렸다 해서 축전의 성공이라고 자부한다면 크게 잘못되었다. 아이돌 스타와 인기가수를 대거 출연시킨 방송사 공연에 몰린 것이지 삽량문화를 이해하고, 재미를 느끼고, 참여하려고 모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임 시장 재임시에 본격적으로 시도된 방송사 공연 유치는 관람객 증가의 측면에서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축제로서 의미를 되살리기에는 방향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문화계 일각의 비판을 들어야 한다.

어차피 이번 축전에는 KBS의 전국노래자랑 녹화가 예정돼 있었다. 수백명의 시민들이 예심에 참가했고, 당일에는 기성가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그것으로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많은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충분하다고 본다. 적어도 개막행사 만큼은 우리의 것, 우리의 문화, 우리 시민들로 구성하여 삽량의 참뜻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고장의 연예인들을 모으고 춤꾼을 동원해 한판 굿을 벌이면서, 시장이 나서 시민대상 수상자를 소개하고, 모처럼 고향을 찾은 출향인사들을 시민 앞에 인사하게 하면서 박제상을 기린 뮤지컬을 공연하는 개막행사가 바람직하다. 비록 관중은 다소 줄어들지 모르지만 지역축제로서의 의미는 시민의 자긍심으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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