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초대시]밤사이에
오피니언

[초대시]밤사이에

양산시민신문 기자 398호 입력 2011/10/04 11:14 수정 2011.10.04 10:59




 
↑↑ 서정홍
농부 시인
‘전태일 문학상’과 ‘우리나라 좋은 동시 문학상’ 수상
시집 <아내에게 미안하다>(실천문학사) <우리 집 밥상>(창비) 등이 있음
한국작가회의 회원
ⓒ 양산시민신문 
가난한 산골 마을
몸이 아파 삼 일째 누워만 계시던 할아버지가
해질 무렵에 스스로 일어나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고
감나무 아래 잠시 서 있기도 하고
장독대 앞에 앉아 키 작은 채송화도 바라보고
신발장 문도 살며시 열어보고
집 안에 다시 들어와
옷장에 걸린 옷도 만져보고
장롱 안에 있는 이불도 만져보고
방마다 한 번씩 누워도 보고
걸상에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
지친 몸을 늘 기다려주던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 다음날, 새들은 잠에서 깨어
새로운 아침을 여는데
할아버지는 
감은 눈을 뜨지 못하셨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