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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홍 농부 시인 ‘전태일 문학상’과 ‘우리나라 좋은 동시 문학상’ 수상 시집 <아내에게 미안하다>(실천문학사) <우리 집 밥상>(창비) 등이 있음 한국작가회의 회원 | ||
ⓒ 양산시민신문 |
몸이 아파 삼 일째 누워만 계시던 할아버지가
해질 무렵에 스스로 일어나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고
감나무 아래 잠시 서 있기도 하고
장독대 앞에 앉아 키 작은 채송화도 바라보고
신발장 문도 살며시 열어보고
집 안에 다시 들어와
옷장에 걸린 옷도 만져보고
장롱 안에 있는 이불도 만져보고
방마다 한 번씩 누워도 보고
걸상에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
지친 몸을 늘 기다려주던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 다음날, 새들은 잠에서 깨어
새로운 아침을 여는데
할아버지는
감은 눈을 뜨지 못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