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광란의 도가니..
오피니언

[화요살롱]광란의 도가니

양산시민신문 기자 401호 입력 2011/10/25 10:35 수정 2011.10.25 10:15
법은 빠져 나가라고 있다는

모순된 사회현실에 대한 충격

두렵지만 이겨내야 한다

소통을 통해 인간성 회복하자



 
↑↑ 한경희
양산대학교 피부미용과 학과장
ⓒ 양산시민신문 
최근에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 공지영 소설을 영화로 만든 ‘도가니’를 보았다. 평소 작가에게 관심이 많았고 용기 있는 여류 소설가로, 여성의 질곡을 한몸에 집약시킨 그러나 당당히 여류작가로 씩씩하게 살아내고 있는, 어쩌면 현대의 자존심 있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 그러나 좀은 뻔뻔하다 싶게 용감한 작가의 영화 세 편과 몇 권의 책은 나에게 공감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한 인간으로 꿋꿋하게 자신의 아우라를 지켜나가라는 무소 뿔처럼 혼자서 가는 한 여인에게 무언의 기대와 박수를 보내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울음을 삼키며 그 영화를 보았다.

한마디로 충격의 도가니, 분노의 도가니, 통곡의 도가니, 무기력의 도가니, 천둥 같은 그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광란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8명의 관람객 모두가 숨을 죽이고 통곡을 삼키며 영화를 보았다.

혹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미쳐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32년 전 대학 때 여성학 강좌를 들으려고 기숙사에서 5시에 나와 줄을 서고 난리 법석을 떨며 들어 본 강좌에서 우리 시대의 성문화와 관련된 문제들, 상해 후 스트레스 문제, 남성의 이데올로기, 여성학대, 아동학대, 대물림되는 폭력, 여성 흡연, 여성 알콜릭, 안락사문제, 흑인여성문제, 이슬람여성의 인권유린문제, 장애현실의 구조적 악순환의 문제, 노인문제, 존엄사, 자살, 비행청소년, 여성의 일과 육아.

문제 문제 문제…. 사실 충격 그 자체였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문제로 점철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에 경악하며 많은 문제가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구조적 문제라고 인지되기 시작하면서 전공마저도 이제 막 문을 여는 여성학으로 바꾸고 싶을 만큼, 충격이면서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컸다. 나는 지금까지 눈을 감고 살았다는 무지함과 무관심과 자기이기주의, 2천년 간 함께 잠자고 있던 할머니들이 또 다른 여성이, 어머니가, 이웃이, 어릴 적 고향 친구가 보고 싶고 그립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그땐 투지로 열정으로 그 시절의 아픔을 나름 공감했지만 그 어린 우리의 힘없는 아이들이 짊어졌던 그 엄청난 구조적 불합리와 모순은 과연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지금 하지 않으면 누가 언제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분주한가. ‘쩐쩐쩐(돈돈돈)’하며 키운 우리 천금 같은 자식들이 진정 행복한 세상을 우리는 준비하고 애쓰고 있는가. 법은 진정 사회적 약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가. 전관예우가 무슨 놈의 미풍양속인가. 누가 인간을, 아니 나를, 약한 우리 아이들을, 힘으로 권력으로 심판하는 그들에게 칼자루를 쥐여주었는가. 누가 누구를 벌주는가. 누가 감히 막달라 마리아에게 돌을 던지며 주홍글씨를 새길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아이들은 누가 행복한 세상으로 이끌어 줄 것인가. 인성교육이 무슨 말라빠진 말라깽이인가. 패배적이고 자조 어린 이 낭패감. 어찌해야 하는가.

둘째 아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아빠랑 같이 도가니를 보고 엄마에게 한 말이 있다. 요즘 자기네 학교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이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잘 피해가라고 있다”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 뼈다귀인가. 법이 무슨 똥이라도 된단 말인가. 요리조리 잘 피해 가게 말이다. 아니면 똥보다 더 더러운 것이 법이란 말인가. 참으로 두렵고 또 두려울 뿐이다.

산업체 대표들이 신입사원 채용 면접을 할 때 별별 기발한 방법으로 지원자의 인성과 인간관계 유형, 그들의 근성, 인내심, 봉사마인드, 적응성, 창의성, 협동성 등등, 제대로 된 인재라는 상품을 변별하는 거의 전문가 수준의 인사팀들이 인성이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연구 계발하고 있다.

그러나 말이다. 인간은 환경에 따라 변하는 조성모의 가시나무새에 나오는 가사처럼 내가 내가 아니고, 네가 네가 아닌 너무나 많은 내가 내 속에 들어앉아 있는 다면적 존재다. 지킬과 하이드가 한 몸 속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으니 참으로 해결이 간단치 않다. 학부모, 교사, 학생 본인이 삼위일체가 되지 않으면 그 어떤 해결도 염원하다. 기관과 인간과 시스템이 서로 소통해야 하는 소통의 문제로 집약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잘 소통하고 있는가. 자녀와 세상과 자연과 제자와 예술과 종교와 물질과 정치와 역사와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제대로 소통하고 있나 말이다. 나 자신도 상대적인 존재라 때로는 선의로 때로는 경계하는 태도로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존재가 호랑이도, 천둥번개도 아닌 사람이 무섭다. 아니 두렵다. 아니 내 자식이 내 제자들이 제일 두렵고 무섭다. 도박에 인터넷에 술과 담배에 돈돈돈에 폭주족에 다이어트에 성형에 인기연예인에 자신을 넋 놓고 빼앗겨버린 젊은이들이 너무 두렵다. 차라리 가난했던 시절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사랑에 노래에 공부에 독서에 종교에 영화에 가족이기주의에 중독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결국 사람이 문제다. 정신이 문제다.
 
인문학이 되살아나고 청년취업의 문 만 활짝 열리면 좀은 나아질까?

우리의 자식들을, 제자들을, 잘 지켜내는데 힘을 모으는 수밖에.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