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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경찰서 수사과 경제팀 여경 5명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조소금·최연미·김미나·이소민·김행진 수사관. |
ⓒ 양산시민신문 |
흔히 피고소인이 조사 중 몸이 불편하다고 호소하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일종의 ‘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 수사관은 김 씨의 진실어린 눈빛을 보고 억울함을 감지했다. 모든 병원의 진료기록을 압수해 철저히 조사한 끝에 정당한 보험금 수령임을 입증했다.
몇 달 후 건강을 회복한 김 씨가 두 손 가득 떡과 음식을 경제2팀으로 가져와 조 수사관의 손을 꼭 잡고 ‘고맙다’며 거듭 인사했다.
양산서 경제팀 여경 5명 배치
최근 여성 수사관의 역할 커져
금녀(禁女)의 영역인 줄만 알았다. 수사과하면 의례 남성 경찰관을 떠올리게 된다. 매서운 눈초리의 경찰관과 억울함에 북받친 피해자, 마지막 궁지에 몰린 피의자가 서로 얽혀 뭔가 폭발할 것 같은 기운마저 상상된다. 하지만 다 옛날 이야기다.
양산경찰서 수사과 경제팀에는 5명의 여성 경찰관이 근무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경제1ㆍ2팀을 통틀어 여경은 단 1명뿐이었다.
이렇게 최근 수사부서에서 여경이 늘어난 것은 여성ㆍ노인ㆍ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범죄가 증가한 데다 여성 경제범이 많아져 여성 수사관들의 역할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수사 공정성을 높이는데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경력 9년차의 이소민(37) 수사관은 “그동안 여경에게 주어지는 업무는 극히 제한적인 분야였고, 승진하면 할수록 내근으로만 배치되는 구조 때문에 능력발휘가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여경들의 도전이 계속되면서 다양한 직능에 진출할 수 있게 됐고, 피의자 조사와 현장수사를 병행해야 하는 수사과에서도 여경에 대한 신뢰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계형 범죄, 솔직한 진술 이끌어내
기싸움 아닌 법적근거로 조목조목 해결
경제팀 수사는 수십억대 사기사건이나 회사 경영진의 횡령 같은 사건 등 경제사범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대규모 경제사범이 아닌 소액의 금품도난 등 생계형 사건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소액이라 하더라도 피땀으로 일군 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 서민들은 당황한 심정에 중언부언하며 진술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김행진(32) 수사관은 “황당한 일을 겪고 답답한 마음에 경찰서를 찾는 민원인들이 편안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여기서 여경들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발휘되어 수사의 만족도를 높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의 만족은 분위기만으로 되는 게 결코 아니다. 수사관들의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성 수사관들은 악성 민원인을 만나도 고성이나 우악스러운 행동으로 상대방과 기싸움을 벌이지 않는다. 수사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토대로 사건의 진위여부를 조목조목 따져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베테랑 선배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된다.
경찰서 내 가장 막내인 김미나(26) 수사관은 “여경이면서 신임 조사관이다보니 민원인들에게 프로다운 모습으로 신뢰감을 주기가 쉽지는 않다”며 “하지만 경제팀 내에 멘토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베테랑 선배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나 충고가 수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연미(28) 수사관은 “억울한 사연을 안고 경찰서를 찾는 이들을 단순히 피해자로 보는 것이 아닌, 치안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으로 보고 행동하려 노력한다”며 “때문에 사건을 ‘털어낸다’가 아니라 ‘치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인드로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