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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눈물로 함께한 세월
하지만 당신이 있어 행..
사람

“눈물로 함께한 세월
하지만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402호 입력 2011/11/01 09:47 수정 2011.11.01 09:27
장애인 배우자로 산다는 것… 이호형ㆍ이봉남 부부

전국중증장애인배우자 초청대회서 ‘모범배우자상’ 수상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던 남편, 어느날 하반신마비 진단



ⓒ 양산시민신문


“남편은 너무 바쁜 사람이었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남편 때문에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식사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사람 만나는 것은 또 어찌나 좋아하는지 향우회, 동창회, 종친회 심지어 온라인카페모임까지…. 정말 밉도록 바쁜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 사람이 어느 날 쓰러지더니 하반신마비 판정을 받았다. 배꼽 아래 신경이 죽었다는 의사의 말에 나는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장애인 배우자가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주최한 ‘전국 중증장애인 배우자 초청대회’에서 지체장애인 2급 이호형(59) 씨의 배우자 이봉남(53) 씨가 특별표창을 수상했다. 이 행사는 수기접수를 통해 전국의 장애인 배우자 가운데 모범배우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이 씨는 “그저 내가 살아온 세월을 담담하게 서술했을 뿐인데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5년 전 이맘때인 2006년 10월. 사회생활로 너무나 바쁜 나날을 보내던 남편이 갑자기 쓰러졌다. 평소 허리디스크가 있었지만 심각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남편의 하반신은 마비상태가 지속됐고, ‘마미신경증후군’이라는 병명으로 결국 장애2급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이었다. 장애인 배우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왔던 남편이 병실에 누워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고, 가슴이 미어지도록 남편이 가여웠다.

이 씨는 회사를 휴직하고 간병을 시작했지만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생활비 걱정에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었다. 결국 요양병원으로 남편을 옮기고 계속 회사를 다녔지만 이 씨의 월급으로는 병원비를 감당해 낼 수 없었다. 다행히 형제들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

“역시 우리 남편이다 싶었어요. 강한 의지와 긍정적인 생각으로 눈에 띄게 회복되어갔죠. 5년 안에는 걸어서 병원 나가기 힘들 것 같다는 의사 말을 보기 좋게 뒤집어 버렸죠. 3년 만에 다리의 감각이 일부 돌아왔고, 비록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지만 그래도 병원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어요”

그 후로 남편은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았다.

양산시지체장애인협회에 회원으로 등록해 노인요양병원, 장애인목욕탕을 돌아다니며 봉사활동까지 하더니 양산드림포토봉사회, 양산오작교봉사단 등에서 회장까지 맡았다. 또 경남장애인권리구제지원요원, 경남장애인편의시설요원, 노인복지상담사1급, 독서논술지도사2급, 사회복지사2급, 성평등전문강사 등 1년여 동안 수료증을 12개나 따냈다.

뿐만 아니다. 장애인게이트볼과 장애인탁구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수상하기도 하고, 장애인노래자랑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다. 또 양산시민신문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신문지상에 기자로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양산삽량문학회 회원으로 소시집까지 발간해 내는 ‘팔방미인’이 되었다.

“남편은 요즘에도 매일 전동휠체어에 쓰레기봉지와 집게를 싣고 다니면서 버려진 캔을 주워 재활용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져다줘요. 그러고는 매일 밤 다리근육이 뭉쳐 통증과 저림으로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죠. 아프기 전에도 너무 바쁘게 사는 것 같아 속상했는데…. 우리 남편을 도저히 말릴 수가 없네요. 하하”

이 씨 역시 직장생활과 집안일을 도맡아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남편을 위해 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을 획득했다.

“수기 공모를 한다기에 좀 쑥스러워 주저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다가와 말을 하더군요. ‘시부모님을 모시고 어려운 살림에 장애인 아내로 지금껏 살아왔는데, 엄마한테 상을 안주면 누굴 주느냐’면서 위로하더라구요. 며느리 배려해주시는 시부모님과 항상 내편이 되어주는 아들, 그리고 누구보다 건강한 마음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 우리 남편. 이제 저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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