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이정희 양산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 | ||
ⓒ 양산시민신문 |
Q. 고등학교 1학년인 아이가 학교에 안 가려고 한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시키는 대로 곧잘 공부를 했었고 머리가 나쁜 편도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공부를 안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 보니 학원도 자주 빠지고 성적이 곤두박질치더니 이젠 아예 손을 놓았다. 중학교는 겨우 졸업했지만 이대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이나 취업을 하면 한시름 놓겠거니 했는데 고등학교조차 졸업을 못하게 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머리가 나쁘지 않으니까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아 어떡하든지 학교에 다니게 하고 싶은 마음에 속이 다 타시나 봅니다.
그렇다면 아이는 학교에 안 가고 무엇을 하려고 할까요? 늦잠도 실컷 자고, 집에서 뒹굴뒹굴 게으름도 피우고, 학교 마치고 나오는 친구들 만나서 늦게까지 마음껏 논다? 3년 할 공부를 검정고시로 당겨서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겠다? 알바부터 시작해서 돈을 벌겠다? 본인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마 모를 겁니다.
사실 학교를 나오면서 나름의 목표를 가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학교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긍정적 의미를 두지 않기에 찬찬히 살펴볼 여유가 없습니다.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가 공부가 싫은 건지, 인간관계가 힘든 건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졸업장은 의미가 없어서인지 따져볼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퇴숙려제를 도입하자는 얘기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사는 동안 어째도 겪게 될 것을 굳이 어린 나이에 맞으려는 자녀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실 겁니다. 솔직히 학교 안에 있을 때가 부모는 가장 수월합니다. 하지만 이왕에 맞게 될 상황이라면 ‘자신의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보다’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함께 풀어가는 것은 어떠실는지요. 조금 여유를 가지고 함께 고민하며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에 관심을 둬보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아이는 자신이 해보고 싶은 무언가를 찾게 될 것입니다. 다시 공부가 될 수도 있고 전혀 엉뚱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안심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수용하지 못할 만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선택은 언제나 유용합니다. 어찌 되었든 아이가 살아내어야 할 자기 몫일 테니까요. 부모는 경계를 정해 허용해 줄 수 있는 범위를 알려주고 스스로 책임지게 하면 됩니다. 부모의 불안을 아이에게 떠넘기지만 않는다면 아이는 자신의 깜냥대로 살 것입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는가, 언제쯤이면 준비가 끝나고 내가 살고 싶은 모습대로 살 수 있게 되는가를. 이래저래 눈치 보다가는 영영 그런 날은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아이의 행보가 위험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부모인 나도 못해봤던 엄청난 용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부모가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학교에 다니지 않겠다는 것이 배움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름은 참 낯설다. 그래서 아이가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어른은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학교가 공부를 하러 가는 하나의 방법이듯 학교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배우겠다는 아이의 선택 또한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아이가 두려워할 때면 괜찮다고, 너만의 방식으로 걸어가고 있는 지금의 네 모습도 참 멋지다고 말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