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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바이엘과 체르니, 노란 책 표지의 소곡집을 거쳐 명곡집을 배우던 어느 날 새로운 곡의 악보를 천천히 훑어 소리를 낸 두 마디의 동기에서 내 마음엔 형언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출렁임이 일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유년의 그 공간에 내가 있는 것만 같았다. 새벽을 여는 그 곡이었다. ‘코시코스의 우편마차’.
밝고 경쾌한 리듬의 춤곡으로 우편물을 나르는 마차의 말발굽 소리와 배달부의 나팔 소리 등을 피아노로 묘사한 표제음악인 ‘코시코스의 우편마차’는 독일의 작곡가 헤르만 네케(1850~1912)의 곡이다. 그는 피아노 소품과 소나티나의 곡들을 작곡하였지만 오늘날엔 ‘코시코스의 우편마차’만 알려졌다. 코시코스는 헝가리 마자르어로 원제목은 ‘카우보이의 우편마차’다.
요즈음에는 손쉽게 많은 명곡을 접할 수 있게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함께 한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그렇게 좋은 음악을 들었던 아이가 음악공부의 첫 출발인 피아노를 시작하게 되고 잠재의식 속에 깔렸던 곡을 접하면서 귀중한 기억을 찾아낼 것이며 감사함을 느끼며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긴 시간 동안 레슨을 해오면서 원생들에게 그 곡을 접하게 해줄 때면 내 마음의 물결은 늘 출렁거렸다. 나는 지금도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였다’인 과거형으로 표현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옥타브로 손가락을 움직여야 하는 어느 정도의 테크닉도 필요한 곡이라 피아노에 입문하고 4년여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그 곡에 진입할 수 있는 수업이 이루어지는데 꾸준히 피아노를 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초를 잡아서 이제 좀 장식을 할 단계가 되고 제법 테크닉적인 부분이 필요한 곡을 할 수 있을 즈음 잘하고 있던 아이가 피아노를 그만하게 될 때면 정들었던 아이와 매일 만날 수 없음도 아쉽지만 아이의 음악적인 능력을 키우고 감성을 일깨우고자 지극정성을 다했던 나의 마음은 상처를 받는다. 한 아이의 잠재되어 있을 소중한 순간이 있었는지조차 기억해 낼 수 없는 깜깜한 기억의 너머 시간으로 묻혀버리는 것은 너무 안타깝지 아니한가.
어릴 때 제목도 모르고 들었던 그 아침의 음악을 조금 더 자라 배우게 되면서 받았던 그 감동. 그 음악을 들을 때면 아직도 설렌다. 그 새벽의 정경과 쌀을 이는 물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깨끗한 공기 속에 존재하던 엄마의 모습. 이 동화와 같은 유년의 기억이 얼마나 소중함인지. 그 기억은 영원할 것이며 끝없이 이어질 '코시코스 우편마차'의 말 발굽 소리가 나의 이 공간에서 힘차게 울러 퍼지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