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마치고 바쁜 걸음을 옮겨 버스에 몸을 실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한 아이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행복한 마음을 안고 달려간다.
버스 창밖으로 작은 새 한 마리가 애처로운 날갯짓을 하며 나무 맨 꼭지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퍼뜩 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새 삶을 찾기 위해 떠나는 무리들의 틈에 끼지 못하고 홀로 남겨졌으리라 짐작됐다. 나는 부지런히 상념에 젖어 들었고 어느새 버스는 내가 닿아야 할 곳에 무사히 내려주고 떠났다.
나는 보육교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면서 하루 두 시간은 어린이집에 와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한다. 그동안 이론으로만 배웠던 것들을 실전으로 접하다 보니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하고 갈등에 휩싸이는 순간도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해 나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말은 실제로 내가 아이들을 돌보면서 뼈저리게 가슴에 와 닿았다. 아이들과 하루 종일 생활하는 사람이 교사이고 아이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 또한 교사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 대한 교사의 지침과 생활방식, 교육방식으로 아이들이 물들어가고 인성과 가치관을 확립해 나가는 데 가장 큰 일조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전율이 일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항상 존칭어를 썼고 아이들 모두에게 관심을 가지고 개별화를 존중해 주고 소통하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썼다. 내가 이곳에 맨 처음 왔을 때 말끝마다 ‘어’, ‘어’하며 반말하던 아이가 어느 날부턴가 존칭어를 사용했다. 햇병아리 같은 두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으며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말했을 땐 기쁨에 젖어 뚝뚝 떨어지는 눈물 방울을 다른 교사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소맷자락으로 얼른 훔쳐내야 했다.
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한 가지 분명한 확신이 들었다. 그건 바로 내가 아이들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다.
요즘 매스컴들을 통해 어린이 학대 사건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분노가 일고 두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도 그 욕구를 지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성폭력, 폭행, 방임 등으로 어른들은 학대를 일삼고 있으니 이런 일들은 이제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더 이상 피해 받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두 손 두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결코 담 너머 불구경 하듯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여기고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며 아이가 어려움을 호소할 때는 기꺼이 도와주고 보호해 줄 책임을 다 같이 느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웃집의 어려운 사정을 남 몰라라 하지 말고 지원 요청을 연계해 준다든지 우리 사회의 문제로 보고 함께 고민하며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난 이곳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내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툭 하면 큰 소리를 쳐 혼내곤 했었는데 어린이집에 가서는 아무리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도 큰 소리로 야단을 치거나 매를 들지 않는다. 나부터 내 아이와 다른 아이들을 차별해 대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내 아이와 남의 아이를 구별하지 않고 사랑과 정성으로 대하다 보면 모든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바른 인성으로 성장해 풍요로운 각자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이 시대의 젊은 일꾼으로서 당당하게 어려움을 헤치고 강인하고 부유한 나라로 성장시켜 나갈 주역들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행복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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