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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령 효암고1 | ||
ⓒ 양산시민신문 |
‘에이, 설마 그러겠어? 내가 잘하면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윤성이 옆에 앉았다. 처음엔 가만히 있더니 나중에는 자기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나에게 화를 내는 것을 본 순간 방금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 뒤 나는 윤성이를 잠시나마 멀리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게 얼마가지 않아 선생님이 윤성이의 잘못된 점을 혼내고 있었는데, 윤성이가 화가 난 나머지 선생님한테 말도 안 되는 욕을 했다. 그와 더불어 “죽여버리겠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 당시 윤성이처럼 우리보다 부족한 애들은 다 그런 줄 알았다.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화만 내고 무조건 욕만 하는 줄 알았다. 그 날부터 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가지기 시작했다. 편견이라기보다는 조금 무섭기도 했고, 선뜻 용기내어 도와주기가 힘들었다. 그러한 편견을 깨지도 않은 채, 나는 중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중학교 1학년으로 진학한 후 우리 학년에도 윤성이와 비슷한 아이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같은 반 친구들이 윤성이와 같다던 그 장애인 아이에 대해 안 좋게 이야기를 했다.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막 계단 지나가는 데 내 허벅지 만졌다!”, “아 진짜? 걔 여자 애들 다리 계속 본다던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에이, 설마 그런 애가 있어? 잘못 쳐다봤는데 오해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청소가 같은 구역인 친구와 함께 해당된 청소 구역을 청소하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해서 뒤를 돌아봤더니 눈빛이 이상한 애가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같이 청소하는 친구에게 “다은아, 쟤 계속 쳐다보는데?”라고 말하니까, 친구가 “쟤? 아까 애들이 이야기하고 있던 애잖아!”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친구들한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아무 생각 없었는데, 막상 실제로 부딪히니까 순간 나도 모르게 흠칫하면서 저절로 피하게 되었다. 그 일 이후에도 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했다. 중학교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어도 그 편견을 버리지 못했다. 가끔 학교에서 장애인의 날, 혹은 도덕에서 장애인과 관련된 부분이 있는 동영상, 그리고 장애가 있지만 나중에 자신의 역경과 고난을 딛고 일어나는 동영상을 종종 보여주시곤 했는데, 나는 그런 감동적인 동영상을 보아도 아무런 감정이 없었고, 느낀 점 또한 없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릴 줄 알았던 중학교 3년의 생활이 끝나고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맞이한 여름방학에 친구인 하은이와 민주, 고은이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다. 우리가 가는 곳은 장애인 분들이 많이 계시는 곳이었다. 그곳의 첫 문을 지날 때 장애인 분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셨는데, 그 순간 ‘내가 봉사활동을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말을 걸어오면 어쩌지…’, ‘손을 잡으면 어떻게 해’하는 걱정이 앞섰다.
근데 다행히 봉사활동을 가서 하게 된 첫 일은 사무실 청소였다. 사회복지관분들께서 사무실 청소를 시키셔서 안도가 되었지만, 청소가 빨리 끝나자 장애인분들과 함께 일을 하여 그분들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을 시키셨다. 나는 겉으론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진짜 무서웠다. 장애인 분들이 일하는 곳을 처음 들어갔을 때는 긴장 반, 두려움 반 이었다. 그런데 그 곳에서 일을 하면서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편견들이 싹 사라지게 해주었다. 생각과는 다르게 모두들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내가 못하는 부분도 옆에 오셔서 하나하나 자세히 가르쳐주셨고, 어느 누구도 못한다고 화를 내시지도 않았다. 쉬는 시간이 되자 모두들 우리 곁으로 오셔서 “이름이 뭐니?”, “어느 학교에서 왔니?”, “몇 학년 몇 반이니?”, “좋아하는 가수 있니?” 등 여러 질문을 해주실 때마다 처음에는 ‘저 대답을 내가 해줘야하나. 아! 어쩌지’하고 망설였지만, 웃으면서 계속 질문을 해주실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대답을 척척했다.“저는 효암고등학교에서 왔어요! 그리고 저쪽 양산에서 살아요”
그리고 나중에는 물어보시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계속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화기애애했던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들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자기가 맡은 일을 했는데, 그 순간 조금이나마 느낀 게 있다면, 비록 몸이 불편하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남들보다 느릴지는 몰라도 자신이 맡은 일에는 정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느꼈다. 간혹 몇 분은 안 된다고 투덜거리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곧 다시 열심히 하셨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봉사활동시간이 다 되어서 가야한다고 거기 계신 분들께 인사를 드릴 때 다들 웃으시면서 말씀 하신 게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안녕!”, “내일 또 올 거지?”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렸었다.
내가 그동안 겪었던 장애인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많이 도와주지 못했던 점이 너무 미안하다. 다른 친구들이 그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놀렸을 때에도 그렇고, 괴롭힘 당하고 있었을 때 옆에서 그만하라고 제지를 못시키고 가만히 멀뚱멀뚱 쳐다보았던 게 너무 한심하고 부끄럽다. 나는 그동안에 왜 이 편견을 못 벗어나고 끙끙댔는지, 입장 바꿔서 생각 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이기주의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놀림감으로 삼아 놀리고, 또 장애인을 데리고 성폭행을 하는 행위를 보면 빨리 그 부분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은 우리의 친구다’, ‘장애인은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처럼 대하지 말자’라는 캠페인을 열거나, 장애인 체험을 해보거나, 혹은 나처럼 장애인들의 일터에 가서 장애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봄으로써 장애인들도 우리와 똑같다는 것을 느껴서 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갖는 일이 없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장애라는 그 부분도 우리 사회에서 따뜻하게 보듬어 주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