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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호 역리학자 남강역술원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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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국은 일간(태어난 날의 천간)을 기준으로 월지(출생 월의 지지)의 오행을 대조하여 판정한다. 예를 들면 상관격은 일간이 월지를 생(生)하는 경우를 말한다. 내가 태어난 날의 천간이 양목(陽木)이고 생월의 지지가 음화(陰火)이라면 상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주 가운데 판단하기 가장 애매한 사주가 바로 이 사주다. 이렇다 저렇다 꼭 집어 말 할 수 있는 유형이 아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역술가들에겐 난처한 사주다. 또 상관격은 교만하여 사람을 얕보는 특징이 있다. 자신의 사주를 보러 와서 역술가보다 더 많이 아는 척 떠들어대면 볼 것 없이 상관격 사주다. 여명(女命)의 경우 콧대가 높고 미색이 출중한 것도 특징이다. 그래서 조선말까지만 해도 궁합을 볼 때 상관격이나 편관격은 혼인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상관격이란 말 그대로 ‘관을 상하게 한다’는 의미다. 즉 관에 맞선다는 말이다. 자신보다 더 큰 권위나 권세를 상대로 기죽지 않고 부정부패나 불의에 맞서 정정당당하게 할 말을 다하는 성격이 바로 상관격이다.
1555년 조정에 올라온 한 장의 상소문은 정국을 요동치게 했다.
“전하의 나라 일이 이미 잘못되어서 나라의 근본이 이미 망해 버렸고 하늘의 뜻이 가버렸으며 인심도 이미 떠났습니다. 비유하자면 큰 나무가 백 년 동안 벌레가 속을 먹어 진액이 이미 말라버렸는데 회오리 바람과 사나운 비가 어느 때에 닥쳐올지 알지 못하는 것과 같은 지경에 이른 지가 오래됩니다. 자전(문정황후)께서는 생각이 깊으시기는 하지만 한낱 깊숙한 궁중의 과부에 지나지 않고, 전하께서는 어리시어 다만 선왕의 외로운 후계자일 뿐이시니 천 가지 백 가지의 천재와 억만 갈래의 민심을 무엇으로 수습하시겠습니까?”
남명 조식 선생이 단성현감을 제수 받은 후 올린 을묘상소문의 일부다. 일개 처사에 불과한 남명이 문정황후의 수렴청정과 외척들의 발호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군주 앞에 도끼를 들고 나아가 “내 말에 사(邪)가 있으면 하시(何時)라도 내 목을 쳐라”하는 기개다.
타고나기를 죽어도 바른 말은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바로 상관격의 특징이다. 지난 구월 늦더위, 온 나라에 전력 공급이 중지되는 사상초유의 대 재앙이 발생 할 뻔 했다. 전력은 우리 몸으로 비유하면 한순간도 흐름이 멈춰서는 되지 않는 혈맥이다. 그 혈맥이 멈출 뻔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더욱 기가 찬 사실은 공직자들의 자세이다. 윗사람 앞에 비판은커녕 마땅히 해야 할 보고조차 빼 먹어버렸다. 문제가 보고돼야 서둘러 대책을 마련했을 텐데 아예 무방비로 있었던 것이다. 국가의 동맥을 관장하는 조직에 상관격 인물 하나 없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