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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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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407호 입력 2011/12/06 12:16 수정 2011.12.06 11:46



최근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놀란 사실이 있다. 학교 행사를 진행하는데, 학생들은 어떤 지시가 있지 않으면 전혀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이를 보다 못해 어떤 일을 시켜도, ‘왜 다른 아이는 하지 않는데 하필 자신을 시키느냐’는 듯이 불공평하다고 토로했다. 순간 놀랐다. 예전에 우리가 학생 시절에는 선생님이 어떤 일을 시켜주시는 것이 마치 나 자신을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대가 변했다. 사회가 변했다 등등의 말들은 자주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변했기에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달라졌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일은 대학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최근 주변의 사람들을 보더라도 자기가 가진 것을 유지하고 더 채우려 전전긍긍한다. 주택의 쓰레기 문제조차도 서로 내 미락 네 미락으로, 자기 집 앞만 아니면 상관없이 버리고 쌓아두고 있다.

데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정당한 데모도 있겠지만, 집단이기주의를 반영하는 데모도 끊이지 않는다. 무엇인가 사람들은 남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들이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정말 큰 일이라도 난 것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남을 위한 배려조차도 자신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렇지만 손해라는 것도 우리가 마음먹기 달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자그마한 손해라도 볼 것 같으면,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을 하고, 우리의 가정이나 학교의 교육에 있어서도 다른 사람과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손해 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너무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배려를 위한 약간의 희생이 손해가 되는 것일까? 다른 사람을 배려할 때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를 자그마한 자신의 희생을 손해라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약간의 희생은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게 되는 것이다. 설사 그것이 약간의 손해를 가져온다 하더라도 어차피, 사람은 살아가면서 손해와 이익을 보게 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 문제로 삼을 일도 아니다.

이러한 이익과 손해에 대해 들이마시는 숨과 내뱉는 숨으로 표현하는 이도 있다. 사람이 숨을 쉴 때 들이마시기만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바로 숨이 막혀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 않으면, 틀림없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즉 이익만 원하고 손해는 절대로 안 보려 하면, 오리려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도 개인주의로 치닫는 경향이 있어,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점점 약해져 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언어에도 반영되어 나온다. 널리 사용되는 일본어의 격언 중에 ‘情(なさけ)は 人(ひと)の為(ため) ならず’라고 하는 말이 있다. 이를 직역하면 ‘인정을 베푸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일본인 사이에서 이 말에 대해 잘못된 해석이 내려지고 있다고 한다. 즉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베풀면 그 사람을 오히려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도움이 안 된다. 어쩌면 그것이 해가 되므로 도와줘서는 안 된다’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일본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사실 원래의 의미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베푸는 것은 결국은 돌고 돌아서 자기 자신에게 이롭게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격언에 대한 해석의 변화도 지금의 세태를 반영해주는 것 같은 인상이 든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인정을 베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데 매우 인색해지면서,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베푸는 데 대한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보려고 하는 것에 대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다른 사람들과 여러 종류의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그 관계 속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나의 희생, 나의 손해라고 보지 말고, 그 나눔들이 쌓여 결국은 그것들이 되돌아와 자신의 마음이 풍요롭게 하고, 여유도 생기게 됨을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내쉬는 숨처럼 자신에게서 밖으로 나가는 마음, 즉 배려와 같은 마음이 있어야 자신에게 돌아올 복이 들어올 공간이 남는 것일 것이다. 다시 한 번 음미해보자.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베푸는 것은 결국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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