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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홀리데이>의 ‘모질이 재소자’란 역으로 전주 교도소 세트장에서 촬영하고 있을 무렵,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하 우생순) 오디션을 보러갔다. 오디션 내용은 첫 사형집행을 하고나서 자신이 누른 버튼 때문에 사형수가 죽었다고 하며 슬퍼하는 신참교도관 역할이었다. 5분 동안 상황에 대해 집중한 뒤 눈물 콧물 범벅이 돼 연기를 시작했다.
배우들은 오디션이 끝나면 100% 보여주지 못해 아쉬워한다. 이후 연락이 없어 마음을 비우고, 다음 출연작인 영화 <사생결단>을 부산에서 촬영하던 중 캐스팅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고, 뛸 듯이 기뻤다. <사생결단> 촬영이 끝나면 바로 <우생순>에 출연해야 하기에 머리는 계속 삭발해야 했다.
드디어 두 달이 지나 촬영에 들어갔다. 맡은 역할은 사형시키는 ‘신참교도관’으로 잘 생긴 배우 ‘강동원’과 매력 있는 배우 ‘오광록’ 선배를 교수대로 끌고 가는 운명이었다.
<우생순>은 세상을 원망하고 죽음만을 떠올리는 남녀가 교도소 ‘만남의 방’에서 만나 변하는 과정을 그린 휴먼멜로 영화다. 영화는 악범이 많기로 유명한 경북 청송 제3교도소 내 여성재소자가 사용했던 감방에서 진행됐다. 통제가 철저했고 경비가 삼엄해서 교도관과 재소자가 된 듯했다.
위 사진은 정윤수(강동원)의 사형 집행하러 갈 때의 장면이다. 한번은 스포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왔었는데 당시 영화 <왕의 남자>로 스타반열에 오른 배우 이준기보다 내 사진이 더 크게 나오기도 했다. 누군가는 인터넷 댓글로 ‘가수 김건모가 영화 출연했네요’라고 한 적도 있었다.
촬영이 없을 땐 오광록 선배와 주왕산을 올랐다. 정상에선 손수 준비하신 시를 낭독을 해주셨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는 걸까? 이유는 평상시 농담이 없으시고 너무 진지하시기에. 한 번은 선배와 온천에 갔다가 때밀이 작업공간에서 선배에게 마사지를 했는데, 때밀이 아저씨가 출장 영업으로 오해해 쫓겨날 뻔한 적도 있었다.
마지막 촬영은 오디션 때 했던 우는 연기로, 서울 과천경마장 근처 포장마차에서 진행됐고, 나는 진정성을 다해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촬영했다. 상대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강신일 선배로부터 집중해서 연기를 잘 했다는 칭찬을 받으며 기분 좋게 두 달 간의 촬영을 마쳤다.
이 영화는 2006년 9월에 개봉돼 관객 320만명을 동원했고, 강동원과 이나영은 각종 영화제에서 최우수연기자상을 받았다. 원작인 공지영의 동명소설도 재조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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