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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키스탄 접경지대인 제살메르 주민들의 사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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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운용 한국외대 인도어과 한국외대 지역대학원 정치학 석사 인도 첸나이무역관 관장 한국인도학회 부회장(현) 영산대 인도연구소장(현) 영산대 인도비즈니스학과장(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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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일상생활은 우리나라보다 안전하다고 볼 수도 있다. 주재원들이 생활하면서 인도를 경험하고 여행을 다니는 경우에는 별로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인도를 잘 모르는 여행객들 특히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여행 내내 항상 위험이 뒤따라 다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서 위험하다는 것이 로마나 파리처럼 사람을 다치게 하고 가방이나 소지품을 날치기한다는 식의 위험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 사람들은 어찌 보면 순박하고 친절해서 그런 위험은 없다.
인도에 주재하는 한국인들은 인도생활이 별로 불안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주위의 다른 인도인보다 물질적으로 풍요한 생활을 즐긴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생활이 편안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살인적인 더위, 밤낮없이 공격하는 모기, 쫓아도 쫓아도 다시 달려드는 파리, 보기에도 불결한 위생 상태, 거리의 먼지, 소음, 짜증나는 교통질서,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등 인도에서의 생활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도를 닦는 자세의 인내심 없이는 사실 견디기 힘들다. 6개월, 1년 살다 보면 적응해 가면서 생활의 즐거움을 억지로(?) 찾아가는 것이 주재원들의 생활이다. 그러기에 인도생활이 편안하다고 함부로 말했다가는 주재원들의 분노를 살 수도 있다.
약 탄 음료수 마시고 봉변 당해
인도생활은 편안하다는 것이 아니고 안전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등 선진국 보다 훨씬 안전한 나라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여행객들에게 인도는 안전하지 않은 나라다. 우선 여행객은 누가 보아도 현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구별할 수 있다. 더구나 인도인처럼 영리한 사람들은 여행객인지 아닌지 귀신처럼 안다.
인도 여행이 왜 위험한지 여행객들이 당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한국 남자 대학생 하나가 기차로 여행 중 옆 자리의 승객이 건네준 음료수를 마시고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가지고 있는 여권, 돈 등 소지품을 몽땅 도난당했다. 약을 탄 음료수를 받아 마신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깨어나서도 정신이 혼미한 환각상태가 지속되어 인도 정부의 중요한 건물 담을 넘어 들어갔다가 체포된 것이다. 이 학생은 조사과정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구치소에 수감되었다가 한국대사관에 연락이 와서 약 3주 만에 석방되었다. 이렇게 연락이라도 되어 나오면 다행이다. 인도에서는 이러한 연락이 한없이 지연될 수도 있다.
죽이려는 의도는 없이 단지 소지품과 돈만을 목적으로 약을 타지만 약을 타는 사람도 적정량을 몰라 과도하게 섞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위의 대학생처럼 깨어난 후에도 환각상태가 며칠 간 지속될 때도 있고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다.
몇 년 전, 행정고시를 합격한 사람이 인도 여행 중 카르나타카주의 함피에서 사망한 사건이 우리나라 신문에 보도되었다. 기사를 보면 그는 정부의 노무관리부서에서 근무할 예정이어서 미리 인도 하층 노동자들의 생활을 몸소 체험해보겠다는 직업의식을 갖고 인도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인도 생활 경험자를 만나 조언도 충분히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여행 중 인도 하층민과 많이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하층민들은 매우 순진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순진한 사람들이 주변상황에 따라서 범행을 쉽게 저지르기도 한다. 물론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그가 같이 어울린 인도하층민이 처음부터 나쁜 마음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 사람을 믿고 무방비 상태로 잠을 잔다거나, 인적 없는 곳에서 같이 밤을 보내게 된다면 마음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층민의 견물생심(見物生心)
왜 마음이 달라질까? 문제는 돈이다. 인도 하층민의 삶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하다. 실업자가 대부분이며 하루 몇 루피(1루피=25원)로 연명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외국인 여행자는 아무리 없어도 주머니에 1, 2백달러는 지니고 있다. 1, 2백달러라면 5천 내지 1만루피인데, 이 돈은 하루 몇 루피로 연명하는 사람에게는 상상도 못할 거금이다.
그런 여행객이 자기와 함께 밥도 먹고 잠도 자면서 어느 순간 허점을 보이면 돈에 대한 욕심이 생겨날 법도 있지 않겠는가. 특히 가진 게 하나도 없는 인도 하층민에게는 커다란 유혹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비슷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검은 마음이 일어날는지 모른다. 차이점이라면 여행객이 가진 몇 백 달러가 한국인에게는 범죄의 유혹을 느낄만큼 큰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도 하층민들은 참으로 착하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정말 순진하고 악의는 거의 없다. 그리고 무엇이든 우리를 도와주려고 한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주의하지 않으면 이런 순진한 사람들이 손쉽게 범죄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인도의 현실이다.
한번은 젊은 남녀가 소지품을 모두 잃어버리고 필자를 찾아왔다. 북인도에서 남쪽 끝까지 기차여행을 하면서 인도인 교수라는 사람과 같이 타고 오다가 그 사람이 준 음료수를 먹고 둘 다 정신을 잃은 것이다. 이들은 기차 여행 중 낯선 사람이 주는 것은 먹지 말라는 경고를 잘 알고 있어서 처음에는 매우 주의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흘 정도 같이 기차여행을 동행하면서 친해지고, 교수라는 명함도 있고, 또 그 사람이 여행 중 조심할 것을 여러 가지 가르쳐주기까지 하여 나중에는 방심하였던 것이다.
교수라는 말에 안심하다가
이들이 무역관을 찾아왔을 때는 한마디로 거지꼴이었다. 인도인 신문기자가 이들의 사정을 듣고 무역관까지 안내해 준 것이다. 이 신문기자처럼 보통의 인도인들은 자기 시간을 내서라도 남을 도우려는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 찾아온 시간이 퇴근 무렵이어서 서울에 연락을 해주고 비행기표와 여행경비를 송금 받는 방법 등 두 시간 정도 일을 처리해주었다, 잠은 어디서 잘 거냐고 물으니 기차역에 가면 리타이어 룸이 있는데 그 곳에 가서 쉬겠다고 하며 나갔다.
이들을 보낸 후 가만히 생각해보니 돈 한 푼 없는 사람들이 식사도 제대로 못할 것 같아 저녁이나 함께 하자고 뛰어내려 갔으나 이미 찾을 수가 없었다. 무역관 건물 주변에는 항상 오토릭셔(노란색의 삼륜차)가 십 여대 대기하고 있다. 다시 사무실로 오는데 오토릭셔 운전기사 라주가 다가오더니 한국인 남녀를 찾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며 어느 쪽으로 갔냐니까 자기를 따라오라 하였다. 횡단보도를 건너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이리저리 꺾어들어 간다. 그만 가겠다고 돌아서려니 라주는 손가락으로 멀리 가리키며 “저기서 왼쪽으로 가서 어쩌고…” 하면서 설명을 한다.
돌아오면서 왜 릭셔 운전기사가 그들의 뒤를 골목골목 따라갔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왜 따라갔냐고 물으니 씩 웃고 만다. 꼭 그랬을 리는 없지만 만의 하나 찬스가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실 오토릭셔 운전사가 왜 따라갔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택시도 방심은 금물
뭄바이를 거쳐 첸나이에 출장 온 사람의 일화다. 뭄바이에서 시간이 남아 호텔 옆에 대기하던 택시를 타고 시내 구경을 다녔다. 택시 운전사는 마린 드라이브, 나리만 포인트 등 번화가를 한 시간 정도 안내하더니.
“인도 여자 생각 있냐?”고 물었다.
“뭄바이에도 그런 곳이 있냐?”고 되물으니,
“구자라트 여자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인도는 어떤지 한번 구경이나 해 보자는 생각에 안내해 달라고 하자 어느 허술한 레스토랑에 내려놓고는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후 체격이 건장한 여자를 데려왔는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호텔로 돌아가자고 했다. 함께 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는 인도여자와 함께 호텔에 들어갈 수 없으니 자기가 안내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며 알지도 못하는 이상한 길로 마구 달렸다. 순간 당황했지만 기지를 발휘해 지갑을 호텔에 두고 와서 돈이 없다고 하니 그제서야 차를 멈췄다. 택시가 서자마자 급히 내린 다음 택시비 500루피를 주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인파 속으로 도망치듯 달려갔다고 한다. 큰소리로 무어라 소리치는 택시기사를 무시한 채. 이처럼 인도 여행객은 항상 어느 누군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여행객의 99%는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다.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인도 여행시 기본 수칙
그러면 여행의 위험에서 피할 방법은 없을까? 인도인들은 기본적으로 착하고 좋은 사람이다. 따라서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면 대부분의 위험은 피할 수 있다. 특히 지금 나에게는 현금이 없다는 인식을 줄 필요가 있다.
인도 여행 중 밤늦게 오토릭셔를 타지 말고, 늦은 시간에 인적 없는 곳을 가지 말고, 가능하면 붐비는 버스는 타지 말고, 여행 중 남이 주는 음료를 먹지 말고, 허름한 사창가를 혼자 가지 말고, 혹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를 장소에 가게 되면, ‘돈을 호텔에 두고 와서 지금은 현금이 없는데’하고 상대한테 미리 연막을 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것만 잘 지키면 인도 여행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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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리 빠하르간지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인도요리 텔리, 밥과 로티(인도식 빵)를 기본으로 달·커리·다히 등으로 구성된 인도의 정식요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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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살메르 사막에 사는 주민들이 머리에 쓴 터번은 모래폭풍에 대비한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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