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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렸던 정신보건센터의 시낭송회 현장.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장 차림을 한 중년 남자 한 명이 색소폰을 안고 무대에 올랐다.
색소폰 연주에 서먹한 분위기는 금세 사라지고 공연장 안은 훈훈함이 감돌았다. 색소폰을 연주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신순철 보건소장이다.
색소폰, 2008년 처음 만나다
신 소장의 집무실 한쪽에는 색소폰이 놓여 있다. 그 옆에 색소폰 반주기도 놓여 있다.
신 소장은 업무가 끝난 평일 저녁에 회의실에서 짬을 내 1~2시간가량 색소폰을 연습한다. 마땅한 연습 장소가 없어서 직원이 퇴근한 뒤 보건소에서 연습하고 있다.
신 소장이 색소폰을 곁에 두기 시작한 건 2008년 경남도청에서 근무할 때였다. 성산아트홀 색소폰 강좌에 등록해 2년여간 수업을 들었다.
“군악대 출신이었던 지인의 집에 갔다가 트럼펫을 발견하곤 불려고 시도했더니 ‘안 돼요’라며 말리는 통에 ‘배워보자’고 마음먹었죠. 알아보니 한 달 3만원에 일주일 두 차례 배울 수 있는 문화강좌가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클라리넷을 잠깐 배웠다. 하지만 이내 색소폰으로 바꾸었다. 신 소장은 “색소폰 음색이 분위기 있는 데다 이상하게도 훨씬 나에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색소폰 연주하며 시민과 만나다
“어느 남자분이 색소폰을 들고 오셔서 듣기 좋은 곡으로 마음의 평안을 주셨다”, “우리들의 마음이 환해졌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기뻐하고 있었다”
네이버 카페 ‘양산 뇌병변환우 만남의 광장’에는 신 소장의 색소폰 연주에 대한 감상평이 올라와 있다. 보건소에서 열린 재활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시민이 올린 것이다.
신 소장의 ‘주무대’는 보건사업의 일환으로 열리는 프로그램 현장이나 강연장 등이다. 신 소장은 “아직 초보단계 수준이지만 서먹하고 딱딱한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녹일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진주서 열린 보건의 날 행사에서 보건소 직원들과 함께 한 달가량 준비해 시 대표 장기자랑을 선보이기도 했다.
연말을 맞아 공연 요청도 받았다. 이달 23일 통도콘도에서 열리는 양산시여성단체협의회 송년모임에 초청받은 것. 실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지만 한 달 전부터 요청이 들어온 터라 연주하기로 했다.
신 소장은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보니 당장 동호회 활동은 힘들지만 각종 보건사업 현장에서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는 생각이 들 때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연습해 공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봉사연주를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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