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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이슈&현장] 고등학교 입시를 말한다
“특명, 중학생을 모셔라” 고교 경쟁 과열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409호 입력 2011/12/20 10:09 수정 2011.12.20 09:38
중3 졸업생 부족… 고교 정원미달 우려

고교 평준화 도입 주장 또 다시 수면 위




올해는 양산지역 내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어 각 고등학교마다 신입생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숫자적으로 부족한 학력우수학생 유치에는 학교의 사활을 걸고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잦은 입시설명회에 학사일정이 차질을 빚고, 타 학교 비방 소문을 퍼트리는 등 비교육적인 행태가 성행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으로 인해 양산교육계에서는 한 때 잠잠했던 고교 평준화 도입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학력우수학생의 진학 정도가 학교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비평준화 제도가 신입생 유치에 교사들을 지나치게 내몰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다. 또한 최근 수시모집 확대와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대입제도가 변화하면서 내신관리를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도 고교 평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산교육지원청과 일선 고교에 따르면 올해 중3 졸업생은 3천632명이고, 양산지역 11개 고교의 신입생 모집정원은 3천483명으로 중3 졸업생이 149명이 많다. 하지만 매년 400~500여명이 특목고나 전문계고 등 진학으로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양산지역 고교의 정원미달 사태는 불 보듯 뻔한 실정이다.

특히 양산서부지역과 웅상지역으로 나눠 분석해 보면 웅상지역은 중3 졸업생이 169명 많은데 비해 양산서부지역은 32명이 부족한 상태로, 양산서부지역 고교들은 학생 모집에 상당히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잦은 입시설명회, 타 학교 비방
경쟁과열이 비교육적 행태 양성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고교들의 ‘신입생 모시기’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잦은 입시설명회에 교사들이 내몰려 학생들의 학습에 지장을 준다거나, 타 학교를 비방하는 소문을 퍼트리는 등 비교육적인 행태가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ㄱ고교 교사는 “통상 1개 중학교에 1차례 입시설명회를 가졌던 것이 올해는 3~4번 반복해 진행하는 사례도 많아 학교의 학사일정이 차질을 빚을 정도”라며 “또한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만 해당 고교 입시설명회를 듣도록 하고 있어 입시설명회 자리조차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학력우수학생 유치는 더욱 치열하다. 한명이라도 더 우수한 학생을 데려오기 위해 교사들이 학생 집을 방문하거나 몇 시간이고 전화통을 붙잡고 설득작업을 하기도 한다.

ㄴ고교 교감은 “온갖 감언이설로 설득해 놓으면 다른 학교에서 또 다른 조건과 혜택을 내세우면서 설득한다”며 “마치 치열한 선거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학생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 교육계 종사자로서 자괴감이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신입생 유치 과열 없애는
‘고교 평준화’ 도입 제기


올해 고교 신입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선 고교를 비롯한 양산교육계에서 ‘고교 평준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양산은 고교 비평준화 지역으로 중학교 내신성적순으로 합격당락이 결정되고 있다. 때문에 학력우수학생들의 진학정도가 고교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때문에 매년 일선 고교는 학력우수학생이 자신의 학교에 최대한 많이 지원하도록 신입생 유치에 혼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고교 평준화는 선지원후추첨으로 학생들이 희망하는 학교에 선지원하고 성적과 상관없이 일명 ‘뺑뺑이’를 통해 후추첨하는 것으로, 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처음 시작됐다. 경남지역에서도 창원, 마산, 진주, 김해 등에서 고교 평준화가 시행되고 있다. 인구 수, 세 수 등은 물론 교육인프라가 양산보다 풍부한 지자체들인만큼 교육선진화를 위해서는 이들처럼 고교 평준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ㄷ고교 교장은 “학력우수 신입생이 많으면 대입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는 우리 교육현장의 현실 때문에 양산지역 고교들이 서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과열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또한 평준화 도입으로 과열된 고교 진학경쟁에서 탈피해 중학교에서 학생들의 자기계발과 창의력 교육에 매진한다면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는 최근 대입전형에도 대응할 수 있다”며 고교 평준화 도입을 주장했다.


수시확대,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변화하는 대입도 평준화에 유리


최근 변화하고 있는 대학입시제도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수시모집 확대로 내신성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학력우수학생들의 쏠림보다는 적절한 분배가 필요하다는 것.

ㄹ고교 진로진학상담 교사는 “대입이 내신위주의 수시전형 확대로 점차 변화하고 있는 추세에서 학교서열화를 만드는 비평준화는 더 이상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오는 2013학년도 입시전형을 보면 서울대는 올해 60%에서 내년 80%까지 수시를 확대한다고 밝혔고, 전문대 역시 수시로 78%를 선발키로 해 수시전형에 대한 대비를 분명히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교 평준화를 위해서는 전문계고 신설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학교 졸업생 수 부족으로 100% 인문계 고교 진학이 이뤄지는 구조 속에서 평준화가 도입되면,  그나마 고교 진학을 위해 학력향상에 노력했던 학생들의 학습동기마저 저하될 수 있기에 고교 선택의 다양성을 위한 전문계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학부모는 “사회에 필요한 기능인력이 되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인문계고에 진학하게 되면 자신은 물론 주위 학생들까지도 학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게 된다”며 “매년 350~450여명 정도의 양산지역 학생들이 전문계고 진학을 위해 타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는데, 미래의 기술명장을 양성하는 마이스터고를 설립해 불필요한 인문계 진학은 물론 타 지역으로의 유출 역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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