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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희 양산시청소년지원센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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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가출과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10만명이 넘었다고 하니 ‘위기청소년 사회안전망’은 더욱 촘촘히 짜여야 하고 아이들이 길 위에 있기에 거리로 나가야 한다. 당장 필요한 작은 도움이라도 제공하기 위해 ‘거리이동상담(out-rich)’을 하는 것이다.
거리이동상담은 고정형과 이동형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고정형은 지하철역이나 학교 주변 혹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2, 4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홍보활동과 청소년 만남을 실시한다. 이동형은 한밤중까지 1388 차량으로 양산 전역을 돌며 공원, 학교, 학원가, 번화가, 상점이나 노래방 등 청소년들의 왕래가 빈번하거나 가출 청소년들이 밀집되어 있을만한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아이들도 만나고 시민과 업주들도 만난다.
거리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사연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따뜻한 돌봄이 있는 가정에서 자신의 능력껏 공부하고 인정받으며 꿈꿀 수 있기를 희망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부모는 이혼하거나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집안 분위기에서 불안하고 허전한 마음이 점점 커져서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그러다 보니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툭하면 친구와 싸우게 되고 학교에서도 꾸중 듣는 날이 늘어갔다. 더 이상은 집도 학교도 내가 있을 곳이 못 되었다.
복잡한 심경일 때 만난 친구들은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었고 무엇보다도 같이 어울리면 모든 것을 잊어버릴 만큼 재밌었다. 요란한 차림새에 말투는 거칠고, 아무 데나 침을 뱉는 건 다반사에 버젓이 담배를 피운다. 여럿이 몰려다니면 그 자체로 위협적이다 보니 어른이라 하더라도 훈계는 생각도 못한다. 오히려 봉변이라도 당할까 봐 몸을 사리게 된다. 이렇다 보니 아이들은 이미 무서울 게 없다. 눈치 볼 필요가 없었기에 그 해방감은 최고다.
하지만 그들이 신나고 행복해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을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 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를 보며 이런 마음을 읽어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더구나 바꾸겠다고 돌아섰지만 새롭게 익혀가는 생활들에 적응하기가 너무 어려워 쉽게 좌절하게 된다. 그래서 가늘고 길게 봐야 한다.
어떤 이유로도 환영받지 못하기에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길 위의 청소년들, 지금 이 아이들을 보살피지 않는다면 10년, 20년 후에 우리가 아니 우리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상황에서 시급해 보이는 아이라 하더라도 범죄 상황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고분고분하게 도움을 받아들이는 아이는 더더욱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기에 누군가가 너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사랑받아 마땅하기에 관심을 두고 도우려 하고, 지금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간임을 꾸준히 반복해서 전달해야 한다. 굽어지는 데 3년이 걸렸다면 펴지는 데에는 5년 이상이 필요하단다. 일방적으로 펴려고 하면 부러지고 말 것이다. 서서히 ‘있는 그대로의 사랑’이라는 열을 가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수밖에는 방도가 없다.
한 달에 1~2번 하는 거리상담이 뭐 그리 효과가 있겠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청소년 스스로 그리고 양산 시민 모두가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을 만나면 누구라도 자동적으로 돕는 행동이 나올 때까지 지속한다는 각오로 오늘도 거리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