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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 소금]송년 기도
오피니언

[빛과 소금]송년 기도

양산시민신문 기자 410호 입력 2011/12/27 09:43 수정 2011.12.27 09:10



 
↑↑ 강진상 목사
평산교회
 
교수신문은 우리나라의 사회상을 표현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의 엄이도종(掩耳盜鐘)을 선정하였다.

춘추시대에 범 씨가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한 백성이 혼란을 틈타 범 씨 집안의 종을 훔치려 했다. 도둑은 종이 너무 커서 쪼개려고 망치로 종을 깼는데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 다른 사람이 올까 봐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았다는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呂不韋)가 만든 우화집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 유래하였다.

이는 각종 사건과 중요한 정책 처리 과정에서의 소통 부족과 독단을 비판한 것이다. 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현대 지성을 대표하는 움베르토 에코는 ‘시간의 창조’라는 글에서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바로 시간의 발견이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가장 독특한 문화적 특징’이라고 했다.

실제로 인간만이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을 잴 수 있는 도구를 발명했다. 바로 시계다. 나아가 그 시간의 흐름의 매듭을 만들어냈다. 바로 달력이다. 그러면서 그 시간의 흐름의 매듭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시간 흐름의 매듭의 의미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바로 역사다. 올해나 내년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한해를 잘 매듭지어야 내년의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다.

옛날 사랑방에서 볏짚으로 새끼를 다 꼬고 나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매듭을 짓는 일이다. 매듭을 짓지 않으면 밤새 꼰 새끼가 다 풀어지게 되고 헛수고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매듭을 잘 짓고 마무리를 잘 져야 한다. 그 시간 매듭의 의미가 우리의 소중한 역사로 아름답게 간직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우리 삶이 더욱 풍성해지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송구영신(送舊迎新) 한 주를 내딛으며 시인 고훈이 쓴 ‘송년의 기도’를 마음에 새겨본다.

“잘못된 모든 것은 청산하고 떠나겠습니다. / 아직은 겨울, 바람이나 없으면 좋으련만 유난히 춥습니다. / 갈채 속에 스스로 속이며 거품 위를 걸어온 구멍 뚫린 시간이 더욱 부끄러워 / 너를 탓하다 나는 어리석게 의로워지고 / 나를 탓하다 나는 서럽게 절망합니다. / 그래도 추수하고 살았으니 모든 것이 당신의 은총인 것을 / 나의 모든 것 되신 이여! 우리 모두 여기 이대로는 쓰러지지 않게 하소서 / 일어나 더 나은 새 땅으로 출발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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