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골목 세 번째 집
문밖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환청에 시달리던 시절이 혹 있으신가
십이월에도 자취 집 앞마당에서
시린 발을 닦아야 하는
청춘의 윗목 같은 시절
전봇대 주소라도 찾아가는지
먹먹한 얼굴로 그가 찾아왔다
두 사람 앉으면 무릎 맞닿는 골방에서
뜨거운 찻물이 목젖을 지나 겨울밤
얼어붙은 쇠관으로 흘러가는 소리
다만 함께 듣고 있었다
야윈 이마로 방바닥만 쪼아대다
겨울의 긴 골목 끝으로 날아가는
크낙새의 목덜미를 바라보았을 뿐인데
바람이 문짝만 흔들어도 누군가
문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만 같아
세 번째 골목 세 번째 집에서
겨우내 혼자 귀를 앓았다
권현형
1966년 강원도 주문진 출생. 경희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1995년 <시와 시학사>로 등단. 시집으로, 『중독성 슬픔』(시와시학사, 1995), 『밥이나 먹자, 꽃아』(천년의시작, 200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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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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