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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음악칼럼]운명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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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칼럼]운명 교향곡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1/17 10:37 수정 2012.01.17 09:53



 
↑↑ 구미란
일양음악학원 원장
 
추운 날씨라 히터를 틀고 어머니가 계신 병원을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진입하는데 ‘아이코 어쩌나 이렇게 막힐지 몰랐네~’ 마음을 다스리느라 FM 라디오를 틀어본다.

“빠바바 밤~ 빠바바 밤~” 아주 친숙하고 반가운 곡! 라디오에서 베토벤 5번 운명 교향곡이 나오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 3~4학년쯤 되었나? 그 어느 때쯤부터 우리 집에는 일요일 아침이면 전축에서 이 곡이 흘러나왔었다.

나의 오빠는 베토벤 운명 교향곡을 무척 좋아해서 시간만 있으면 볼륨을 높여 집을 음악으로 뒤덮었다. 요즘은 아파트라 오디오도 제대로 틀지 못하고 조용하게 듣지만, 우리 어릴 때는 주택에서만 생활했기에 볼륨을 아무리 높여도 어느 한 집도 시끄럽다고 항의를 한다든지 시빗거리가 되지 않아 방음장치도 필요치 않았다.

어린 나도 듣다 보니 이 곡에 관심이 가고 들으면 귀가 솔깃해지면서 즐거웠던 것 같다.

클래식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자꾸 반복해서 듣다 보면 흥미가 가고 재미가 있어서 따라 흥얼거리기도 한다. 요즘은 클래식도 CD로 나오면서 오디오로 사용해 듣기는 편해졌지만 내가 어릴 땐 전축이라는 턴테이블 위에다 레코드판을 올리고, 요즘처럼 리모컨으로 번호를 바꾸는 게 아니라 듣고 싶은 레인에 바늘을 올려놓아야만 하기에 그게 어려워, 내가 듣고 싶은 곡에 잘 놓지 못해 다른 곳에 놓을 때도 있어 불편하기도 했고 바늘이 튀어서 레코드판을 망가뜨린다고 오빠에게 구박을 받기도 했다. 레코드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들을 때마다 거즈에 물을 묻혀 돌려가면서 닦아 듣고, 하나하나 점검도 잊지 않았다. 나에게는 전축을 만지는 일도 제대로 허락하지 않아 오빠가 어딜 외출하고 나면 재빨리 전축 앞에 앉아서 레코드판을 만지작거려보며 일요일이면 들려오던 운명 교향곡을 찾아 듣고는 했다.

운전하며 이 곡을 듣고 있노라니 갑자기 어릴 때 생각이 나서 오빠에게 안부전화를 한 번 해본다. 이렇게 마음도 편해지고 어릴 때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음악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사람을 즐겁게도 하고 옛일이 생각나 그립고 마음이 밝아지며 행복해진다. 중ㆍ고등학교 땐 선생님께서 과제물과 음악 감상을 클래식 곡으로 하라고 하실 때면 조금은 지루하고 숙제라는 생각에 거부감부터 느꼈던 것 같다.

요즘 우리 애들에겐 음악 감상시간이 되면 예전처럼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듣게 하진 않는다. 해설이 있는 CD를 구입해서 들려주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그림도 그려보며 율동과 그 음악에 맞게끔 게임을 하기도 해서 어린이들에게 클래식이란 어렵지 않고 재미나고 신나는 곡으로 인식시켜 항상 가까이에서 대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어린 시절 내가 좋아한 베토벤 5번 운명 교향곡은 베토벤을 대표하는 최고의 걸작이라 불린다. “운명은 문을 두드린다”의 동기가 전곡에 걸쳐 나타나며 초연은 1808년 12월 12일 비인에서 베토벤 자신의 지휘로 행해진 연주로 그 연주는 대실패로 끝났다. 여러 이유로 연습 중에 화가 난 베토벤의 잔소리 때문에 단원들의 사기가 모두 떨어졌으며 여러 악조건이 겹쳐졌다. 특히 마지막 합창 환상곡에서는 연주 중에 오케스트라가 혼란해져 버려 베토벤은 고함을 질러 연주를 중지시키고 다시 하게 되었으며 당연히 박수가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연주회를 들은 한 작곡가는 “하나의 큰, 가득 차서, 너무 긴 C단조의 교향곡”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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