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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상배가 안내하는 세계의 명산 - 유럽의 지붕 봉블랑(4천810m)

양산시민신문 기자 414호 입력 2012/01/31 10:31 수정 2012.01.31 09:48
근대 등산의 발상지 몽블랑




↑↑ 몽블랑을 배경으로 쿠떼산장 인근에 캠프를 설치하는 광경.
1760년 제네바의 자연과학자 드 소쉬르가 샤모니의 빙하를 관찰하기 위해 혼자 도보로 출발했다. 그의 나이 20세. 그는 도착하자마자 몽땅베르로 올라갔고, 거기서 몽블랑을 자세히 관찰하고자 브레방 정상까지 올랐다. 그는 곧 몽블랑에 과학적인 관심을 가지고서 이 높은 봉우리를 오르는 등반로를 찾는 사람에게 큰 사례를 하리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어떠한 시도도 성공하지 못 한 채 26년이란 세월이 흐른다.

그로부터 26년 뒤 1786년 이 봉우리 정상에 첫 발을 내디딘 이들은 자연과학에 관심을 가진 의사 미셀 가브리엘 파까드와 수정 채집가인 쟈끄 발마였다. 그들은 8월 7일 오후에 샤모니를 출발하여 몽따뉴 드 라 꼬뜨 정상에서 야영하고서 다음날 새벽 4시에 등반을 시작하여 18시 23분에 마침내 정상에 섰다. 영원히 기록될 이 날이 알피니즘의 기원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발마는 몽블랑 초등정의 업적을 독점하려는 의도에서 자기 혼자만 올랐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파카드가 등정을 인정받는 데는 그로부터 100년이나 걸렸다.



 
↑↑ ·양산대학 생활체육과 졸업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천848m), 초오유(8천201m), 가셔브롬2봉(8천35m), 로체(8천516m) 등정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천895m), 북미 맥킨리(6천194m), 남미 아콩카구아(6천959m), 유럽 엘부르즈(5천643m) 등 5개 대륙 최고봉 등정
·(사)대한산악연맹 경남연맹 부회장
·체육훈장 기린장 수상
 
알피니스트의 성지 샤모니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에 걸쳐있는 몽블랑산군은 길이 35km, 넓이 645㎢의 산군이다. 그 규모가 히말라야나 안데스 같은 산맥과 비교하면 결코 크지 않지만 몽블랑산군의 존재는 대단히 크다. 그 이유는 이 산군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언제나 간직하고 있을뿐 아니라 주봉인 몽블랑(4천810m)이 근대 등산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1924년 1월 제1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었던 프랑스 샤모니 몽블랑은 알피니스트들이 꿈꾸는 마음의 성지요, 자연의 조화가 빚어낸 예술의 극치다. 순전히 인간의 도전과 의지로 일군 고도 1천36m의 산간마을이다. 그 곳이 이제는 귀족들의 휴양지가 돼버렸다.

샤모니에서 파리까지는 630km 이지만 몽블랑 등반으로 관광은 짧은 눈도장을 찍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만약에 3일 정도의 여유만 있다면 밤열차편을 이용하여 파리까지 다녀올 수 있다. 반면 로마까지는 900km나 되는데 항공편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취리히에 내려 발므고개를 넘다


2011년 7월 22일 나를 포함하여 현대자동차산악회 소속 11명과 현대중공업소속 뫼산악회 12명 등 모두 24명이 한 팀이 되어 몽블랑(4천810m)과 마터호른(4천477m)이라는 알프스의 대표적인 명봉을 등반하고자 일정의 나들목을 스위스 취리히로 정했다. 우리나라에서 알프스 등반이나 트레킹을 하고자 출발하는 경우 루프트한자항공이나 카타르항공을 많이 이용하지만 우린 가까운 김해국제공항을 이용하게 되었다. 타이항공으로 김해국제공항을 출발, 방콕을 경유하는 16시간의 장시간 비행 끝에 스위스 취리히 크로텐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을 빠져나와 미리 예약해 둔 버스를 타고 출발해 그루에어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가 스위스, 이태리, 프랑스가 갈라지는 도시 마티니에 도착해 간단히 요기를 하고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지대인 발므(2천191m)고개를 넘었다. 고개에 올라서면 몽블랑산군의 멋진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데 우리는 비구름 때문에 아쉽게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취리히를 출발한 지 4시간 만에 알피니스트들의 로망 샤모니에 도착했다. 11년째 이곳을 찾지만 이번 등반이 14박15일로 길고 인원도 24명으로 제일 많다. 숙소는 이전까지만 해도 시내에서 가까운 바가본도라는 방랑자숙소를 많이 이용했는데 이번엔 한국인 조문행 씨가 경영하는 에꼴레지역의 알펜로즈에 묵었다.


에귀디미디에서 고소적응훈련


하루를 쉬고 폭설이 내려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속에 에귀디미디(3천842m)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발레블랑쉬 쪽으로 고소순응등반에 나섰다. 단번에 고도를 2천800m로 올리니 약간의 고소증이 느껴졌다. 에귀디미디에 내리니 한겨울이다. 옷을 챙겨입고 안전벨트와 크렘폰을 착용하고 평소에 짜여진 조별로 안자일렌을 하고 중무장을 한 뒤 터널을 빠져나가 발레블랑쉬 쪽으로 설릉을 타고 넘어간다. 가파른 설사면이 아찔해 보인다 집중력이 상당히 요구되는 곳이다.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고 아이젠 웍을 시작하는데 설사면을 걷는 발바닥에 와닿는 느낌이 새롭다. 아이젠 웍 중 잠시 따퀼루트를 훔쳐보니 폭설로 등반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아무도 간 흔적이 없다. 우리는 모두 6개조로 편성해 훈련등반 중이다. 고소순응등반 중 샤모니 시내에서 구입한 빵과 치즈로 떼우고 등반의 순서를 바꾸어가며 훈련 같은 등반을 해본다. 각자 살아남는 훈련을 하는데 나는 뫼산악회소속으로 따퀼 루트 왼쪽 설사면을 가로질러 올라 작은 봉우리에 올라섰다. 주변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 다시 바위와 눈이 혼합된 믹스구간을 등반하는데 이태리 쪽으로는 천길 낭떠러지다. 신설이 내려 미끄러운데다 푸석바위를 잡고 돌무더기지대를 돌아가려니 위험천만해 보인다. 뒤따라오던 프랑스팀에게 먼저 가라고 하니 고개를 저으며 뒤돌아선다. 우리 팀도 적응등반이라 무리하지 않고 돌아섰다.


떼떼로제에 베이스캠프 구축


7월26일 몽블랑 등반에 나선다. 알펜로즈에서 7~8인용 텐트 1동과 9~10인용 텐트 3동. 매트리스, 압력솥 4개, 고기 5kg, 가스와 주ㆍ부식, 그리고 개인등반장비까지 챙기니 짐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표정들은 마냥 즐거워보인다. 알프스등반은 노동처럼 유익하다는 어느 알피니스트의 말을 기억하며 우쉬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가이양 암장 쪽으로 이동했다.

우쉬에 도착해서는 벨레뷰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최고 탑승인원이 20명이라 두 번을 타야 한다. 30여분 기차를 타고 내린 곳은 해발 2천600m의 니데글역이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고 간간히 빗방울도 떨어진다. 몽블랑 주변 기상이 별로다. 그러나 일단 정상적인 일정으로 밀어붙여 본다. 모든 것은 떼떼로제에 가서 웨드포케스트를 확인하기로 했다. 니데글을 출발한 지 3시간 만에 떼떼로제에 도착했다.

기상이 좋지 않아 떼떼로제 캠프사이트가 평소보다는 한산해 보인다. 떼떼로제 주변은 돌밭인데 이번엔 사방천지가 눈밭이다. 텐트를 구축하기에는 좋은데 식수가 꽁꽁 얼어붙어 눈으로 물을 만들어야할 형편이다. 텐트 4동을 구축하고 기상상황을 확인해 보니 우리가 디데이로 잡은 7월 28일보다는 하루 뒷날인 29일이 괜찮아 보인다. 고민 끝에 떼떼에서 하루 더 보내고 쿠떼로 올라가 정상도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일정에 예비일은 있는지라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여유롭게 휴식을 가져본다.


쿠떼 캠프에서 정상등정 노린다


7월 28일 떼떼로제에서 이틀을 보내고 쿠떼북벽을 올라간다. 평소 같으면 아이젠이 필요없는 곳인데 눈이 많이 내려 아이젠을 차고 걸어야하는 믹스구간이다. 3시간 40분 만에 쿠떼루트를 완등하고 고도 3천870m 쿠떼산장에 도착했다. 우린 산장에서 10여분 올라가 캠프사이트에 하이캠프를 구축했다. 24명이 하룻밤 묵을 공간을 만드는데 9~10인용 텐트 3동뿐이다. 사실은 6~7명이 들어가면 맞는 텐트다. 그랬더니 뫼산팀은 설동을 파고 현산팀은 부근 캠프지에 비박을 하겠다고 한다. 모두가 잘 훈련된 팀이라서 무난해보인다.

쿠떼 캠프지까지 올라 몽블랑 쪽을 바라보니 욕심이 생기는데 김 대장과 정 대장은 내가 캠프를 지키고 있어야 된다는 눈치를 준다. 모두의 편안함을 위해 캠프사이트에 남아서 지킴이(캠프매니저) 노릇을 하기로 결정했다.


22명 전원 등정에 성공하다


7월 29일 새벽 2시 기상 예정인데 1시가 조금 넘으니 모두 일어난다. 운명의 날이다. 새벽에 취사식으로 아침을 먹고 중무장을 한다. 자일을 챙기고 개인장비를 착용한 다음 날이 밝아오기를 기다린다. 아침에 깨어보니 날씨가 너무 좋다. 나는 쿠떼 산장에 가서 캔맥주 24개(1box)를 구입했다. 난 1.5리터 에비앙 생수 4통과 맥주1box를 배낭에 넣고 등정하고 오는 사람들에게 기쁨의 맥주를 선물하기로 했다.

오후 1시쯤 되니 정상을 등정하고 한 조씩 내려오는 모습이 목격된다. 하이캠프로 도착하는 순간 무척 반가웠다. 22명이 몽블랑 정상을 밟았으니 멋진 등정이 아닐 수 없다. 쿠떼로 내려오자마자 눈속에 얼어붙은 텐트를 철거하고 니데글행 마지막 기차를 타기 위해 서두른다.

↑↑ 샤모니 몽블랑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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