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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희 양산시청소년지원센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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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이나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단순히 장난이라고 이야기한다. 장난으로 때리고, 장난으로 돈을 빼앗고(빌렸고), 장난으로 신발을 숨기고, 장난으로 안티카페를 만들어 변형사진을 올리고 악플을 달고, 장난으로 심부름을 시켰다고 한다.
나는 장난이었지만 상대는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되기에 죄라고 하는 것이 마땅하다. 장난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말은 변명이나 핑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자신의 행위가 상대방을 괴롭게 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고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의도가 어떠했든 간에 다른 사람의 약점을 소재로 하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상처가 되었다면 이는 분명한 괴롭힘이다. 즉, 자기보다 약한 처지에 있는 청소년에게 학교 안이나 밖에서 신체적ㆍ심리적 폭력을 행사하거나 이를 반복적으로 실시하는 청소년 간의 모든 행동은 학교폭력에 해당되는 것이다.
청소년기는 친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시기이다. 친구는 한 개인의 행동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동조행동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친구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행동이라 할지라도 또래와 동일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이 학교폭력에 가담하게 되어 가해자가 되거나, 거부할 경우 학교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집요하게 벌어지는 상황 앞에서 개인은 너무나 무력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학교폭력 발생 시 신고할 수 있는 전화번호(112, 117, 1388)를 꼭 기억하고 있는 것이 좋다. 예방교육을 나가보면 아이도 부모도 의외로 신고전화에 대해서 무지하다. 아울러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데 언제부터, 얼마나 자주, 어떻게 피해를 봤는지에 대한 피해사실 기록을 꼼꼼히 남겨 두는 것이 좋다. 기록은 증거가 되기도 한다. 폭행을 당한 즉시 병원의 진단서를 받아 놓고 폭행 사실을 증언할 수 있는 친구의 증언물을 준비한다. 그리고 피해자인 자녀 입장에서의 해결방안에 대해 경청한 뒤 학교에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한다. 가급적 학교에 알려 공식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학교에 알린 뒤에도 피해가 지속되면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개최하여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하고, 관련 단체나 변호사에 자문할 수도 있다. 이때 보호자가 학교 등의 중재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가해자나 보호자를 만나는 것은 감정싸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충분히 상황을 파악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녀에게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서기 전까지는 가급적 개별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사태해결에 더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느낄 때 더 심하게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가해 학생들 앞에서 당당한 태도를 보일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지금 너는 장난으로 이렇게 행동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너의 행동이 분명히 괴롭힘이 된다. 앞으로 계속하면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말을 전달할 수 있도록 연습시키는 것이다. 이런 경고 행동은 무리 대 개인으로 하게 되면 위축되어서 전달 못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 사람씩 따로 만나서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어른은 환경을 만들고 청소년은 스스로를 지키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더 이상 학교폭력이 성장 과정에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대처방안도 분명해져야 한다. 사소한 폭력이라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또한 상황이 벌어지면 어디선가 반드시 도움의 손길이 나타나도록 신고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비폭력을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