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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북정동 동원아파트의 특별한 기부이야기
좀도리 운동, 우리 아파트의 13년 전통

노미란 기자 yes_miran@ysnews.co.kr 414호 입력 2012/01/31 11:52 수정 2012.01.31 11:02




↑↑ 북정동 동원아파트 주민들이 지난 9일 좀도리 운동으로 모은 물품들.

지난 9일 북정동 동원아파트 관리사무소. 저녁 8시부터 두 시간여 동안 아파트 전 세대에 걸쳐 진행된 모금활동으로 쌀(235kg)과 라면(250여개)은 물론 샴푸, 비누, 치약, 세제 등 다양한 생필품도 모아졌다. 성금도 16만원이 모였다. 동원아파트측은 지난 13일 쌀과 라면, 생필품은 삼성동주민센터에 기탁했고, 성금은 다음달 2일 아파트 내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동원아파트 주민들 직접 기부 
IMF 계기로 시작해 13년 전통


옛날 밥을 지을 때 끼니마다 한 숟가락씩 쌀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절미저축 운동인 ‘좀도리 운동’은 동원아파트에서 13년째 이어지는 기부 활동이다.

1998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주민들끼리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연말연시에 기부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아파트 공공기금으로 기부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동원아파트 주민들은 좀도리 운동을 선택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또한, 세대마다 생활 형편이 다른 만큼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현금 외에 쌀이나 라면, 생필품을 모으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특이한 기부물품도 있었다. 본인은 쓰지 않지만 다른 이웃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전기장판이나 커피포트 같은 가전제품이나 홍삼 같은 건강보조식품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좀도리 운동을 하면서 대부분 주민들은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기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좀도리 운동은 부담 없이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물품은 삼성동, 성금은 장학금
좀도리로 주민 간 화합ㆍ소통


동원아파트는 570세대로 북정동에서 가장 많은 세대수인 만큼 일일이 주민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아파트대표자회의를 비롯한 부녀회, 청년회 등 아파트 단체를 중심으로 조를 편성해 수거하고, 모금 결과를 철저히 공고하는 등 체계적으로 진행해 주민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끈다. 또한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참여할 수 있는 평일 저녁 시간을 이용해 모금활동을 펼친다. 집을 비우는 주민은 미리 물품을 준비해 집 밖에 놔두거나 관리사무소에 전달할 정도로 관심이 많다.

좀도리 운동은 주민들이 화합하고 소통하는 데도 한 몫 한다. 동원아파트의 경우 10여년 전에 비해 자가 입주자는 줄어들고 전ㆍ월세 입주자들이 늘어났다. 이를 위해 모금 2~3일전부터 방송으로 좀도리 운동을 홍보하는 등 공동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동원아파트에서는 아파트 특유의 삭막함 대신 이웃의 정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찾아볼 수 있다.
안현식 통장은 “주민 2/3 이상이 참여하는 좀도리 운동은 다른 아파트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전통”이라며 “앞으로도 좀도리 운동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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