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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오 양산대학교 전기에너지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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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 지역에 출마하고자 하는 예비후보자들은 지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을까. 화려한 경력과 공약으로 지역의 일꾼이라면서 지역민들을 현혹해 선택받으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는 정치판은 보수니 진보니 이념적인 논쟁과 세대갈등, 지역갈등처럼 보이는 양극화 현상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진정으로 지역의 유권자들은 이념 논쟁과 세대갈등, 지역갈등과 같은 양극화와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줄 사람, 개인의 사리사욕보다도 지역 발전을 위해 한 몸 던질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을 더 필요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주위에 가장 힘든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아마도 웃음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서민들과 젊은이들일 것이다. 진정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잃어가고 있는 웃음과 희망을 되돌려 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4월 총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예비후보자들은 서민들과 젊은이들의 갈망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설득을 시도하곤 한다. 정말로 완전하게 자신의 뜻을 이해시키려면 우선 그 대상에게 표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한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생각부터 바꾸라고 했다. 소통을 바라는 민심이 이미 총선의 핵심변수로 등장한 것을 보면 소통과 감동을 주는 정치인에 대한 기대치는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그래서 신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그 누구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통과 경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예순이 돼야 비로소 제대로 듣는 이순(耳順)이 된다고 했다.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경청(傾聽)을 제대로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고 하였다. 이순은 타인의 이야기가 귀에 거슬리지 않으며,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깊이 이해하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관용하는 경지다. 정말 소통보다도 더 어려운 것이 경청이다.
경청이란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집중하여 들어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한지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귀를 기울여 들으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인 이청득심(以聽得心)이 경청을 통한 공감과 신뢰 형성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청이란 말은 뜻이 깊다. 경(傾)자는 ‘기울일 경’자다. 남과 대화를 할 때 몸과 귀와 마음을 기울이고 또한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남을 깊이 이해할 수가 있다. 청(聽)자 또한 뜻이 깊은 글자이다. 청자의 첫 획은 이(耳)로 시작하여 마지막 획을 보면 일심(一心)으로 되어 있다. 정신을 집중하여 한마음으로 열심히 듣는 것이 청이다. 따라서 경청은 그냥 듣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이다. 즉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서 듣는 경청이야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강조한다.
우리 주위에 말 잘하는 사람은 너무나도 많다. 말 잘하기란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조그만 노력하면 누구나 말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말 한마디에 칭찬과 박수를 받기도 하고, 실언에 의해 엄청난 고통을 받기도 한다. 대화의 성패 좌우는 말하는 입이 아니라 말을 듣는 귀다. 모든 말들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말하기, 쓰기, 읽기는 준비하고 틀리면 수정하고 반복하면 된다. 그러나 듣기란 녹음 재생을 하지 않는 한 상대에 따라 다르고 다시 듣기도 쉽지 않다. 사람들은 듣는 것을 준비하지 않는다. 즉 듣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다. 그냥 듣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있다. 그래서 오해도 생기고 신뢰가 무너지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얼굴을 보면 입은 하나인데 눈과 귀는 둘이다. 왜 두 눈과 두 귀를 가지고 있을까. 말하는 것의 두 배를 보고 들으라는 조물주의 깊은 뜻의 표현일 것이다. 듣는 것을 배워, 경청의 덕을 가져야겠다. 나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많이 하는 것보다 타인의 이야기를 조용히 귀담아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적극적 경청법을 배워야 한다. 경청은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 중의 하나이다.
사람과 사람 간에 마음 깊숙한 울림 즉 공감(共感)이 있어야 비로소 소통이 이루어진다. 경청이 그만큼 중요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고, 귀로 마음을 여는 것이다.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듣기 때문에 마음을 열고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다.
총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모든 분께 고하고 싶다. 진정으로 웃음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서민들과 젊은이들의 가슴이 후련할 정도로 답답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친구처럼, 이웃처럼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줄 사람, 세상 어느 곳에서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외칠 수 있는 필요한 숲의 역할을 한다면 반드시 표심이 움직일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