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초대시]하늘엔 상현달이 뜬다..
오피니언

[초대시]하늘엔 상현달이 뜬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415호 입력 2012/02/07 10:46 수정 2012.02.07 09:53



하늘엔 상현달이 뜬다
 
↑↑ 김하경
열린시학으로 등단
경남문인협회 회원
경남여류문학회 회원
양산낭송문학회 회원
 


밑동을 베는 것이 간편했을까
상북 아동 센터 나팔꽃처럼 붙은 육각형의 집
구멍구멍 숨쉬기 위해 창을 열고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벌의 밀랍을 만지면
한꺼번에 애벌레 시간까지 예리한 톱날에 베어 나온다
쭈그리고 앉아 있는 아동 센터
까만 그림자가 빠르게 덤벼들었다
퀭한 눈에 깡마른 얼굴
젖 빨던 힘까지 봉긋한 삶은 금빛 빛깔로 반짝인다
힘없이 뚝뚝 떨어지는 밀랍의 살점들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무릎
낯선 집에 떨어져 파닥거리는 벌들이 묵직했다
나뭇가지에 작은 온기를 물고
새근거린 잠을 자야했던 아이들
실눈 뜨고 다 보는 듯 겨울이 끝나면
들꽃을 찾아 숲속으로 들어갈 것 같은 날
밑동이 잘린 나무가 고목이 된 탓에
아이들은 집을 잃고 앵앵 거린다
살아있는 것들 칭얼거린 아기 달래는 엄마의 자장가 소리가 참나무에 걸리고
가끔 울음소리가 마당귀를 적시는 저녁 답이 되면
생젖 떨어진 애벌레들 빈 젖병만 오물오물 거리며
엄마를 보채는 잠투정 윙윙 거린다
날개가 있는 벌은 언젠가 다시
나뭇가지 속에 육각형 나팔 집을 지을지 모를 것이다
오늘밤
아동 센터 하늘에 상현달이 밝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