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에서 역마살인 인신사해(寅申巳亥)를 다른 말로 사맹(四孟)이라고도 한다. 사주의 지지(地支)에 인신사해 가운데 한 글자도 아니고 네 글자가 한꺼번에 사주에 있는 사람은 세상만사 모든 풍파를 겪으며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람에겐 무관(武官)팔자라 하여 판, 검사나 군인, 경찰, 의사 등 생사여탈과 관계있는 직업을 권한다. 즉 생명을 다루는 라이센스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운명적 암시에 이끌려 그런지 모르지만 이런 직업에 이런 흔치 않은 사맹 사주가 의외로 많이 포진되어 있다. 여기 한 사람의 사주가 있다.
정사(丁巳)년 신해(辛亥)월 경신(庚申)일 무인(戊寅)시.
사주의 지지에 인신사해 네 글자가 빠짐없이 들어있다. 일제시대 약관의 나이에 문경소학교 교사 자리를 때려치우고 칼 찬 군인이 되고자 멀리 만주로 가서 군관학교에 입교한 사람이다. 여순반란사건 때는 좌익 군인으로 사형을 구형받았으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그는 불과 소장이라는 계급이었지만 특유의 강한 기질로 1960년대 초 군사정변을 일으켜 무력으로 권좌에 올랐다. 아시다시피 故 박정희 대통령의 사주다. 이만큼 인신사해라는 역마살은 간단치 않은 살(殺)이다. 하필 그가 가장 믿었던 심복, 김재규에게 시해된 날의 일진조차 역마가 날뛰는 인(寅)일이라 궁정동 안가(宮)에 호랑이(寅)가 발호하는 날이었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생사권의 냉혹함이 도사리고 있으나 어떤 어려움과 고통이라도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사주가 바로 사맹이 모두 들어 있는 이 사주이다.
그렇다면 왜 역마살이 우리에게 긍정적이 아니라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을까? 실제로 역마살의 구성요소 인신사해는 인신 충(冲), 사해 충하여 나무의 기운을 가진 인목(寅木)과 칼의 기운을 상징하는 신금(申金)이 서로 날카롭게 극하고 있고 불의 기운인 사화(巳火)와 물의 성분인 해수(亥水)가 대치되고 있는 형상이다.
날카로운 칼이 거목을 단칼에 베려하고 천지를 뒤덮는 물이 거세게 활활 타오르는 화마를 맞아 일전을 불사하고 있는 형국이니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인사신(寅巳申), 세 글자가 함께 있으면 인사신 형(刑)이라 하여 일생 중 한번은 감옥살이를 감수해야 한다는 사주풀이가 있다. 하지만 위기 없는 기회가 없듯이 이 사주는 위험을 수반하면서 큰 미래를 도모하는 사주임에는 틀림없다. 요즘 말로 위기관리에 능한 사주다.
지금은 정보통신사회이다. 남보다 정보가 늦으면 업계에서 바로 그날부로 퇴출이다. 순간순간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폭넓은 네트워크와 고성능 안테나로 낚아채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을 시간 내에 처리해야만 조직의 안녕을 유지할 수 있다.
요즘 그리스 재정위기에서 시작된 유럽발 금융위기가 심상치 않다. 금융과 주식시장이 안갯속처럼 불투명하고 환율이 전처럼 또다시 출렁거리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나라에서 내놓는 대책은 신속하며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오죽하면 금융전문가들조차 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고위관료들 말보다 증권가에 떠도는 낱장 광고나 인터넷에 떠도는 익명의 인물이 흘리는 정보에 관심과 촉각을 곤두세울까? 무한 경쟁의 국제적인 금융정보 산업시대에 역마살이 강한 인재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