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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승 개운중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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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졸업식에 대하여 참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가장 많이 들리는 불편한 말이 졸업식 뒤풀이에 대한 것으로, 이른바 ‘알몸 뒤풀이’, ‘밀가루 뒤풀이’ 등이다. 밀가루를 뿌리고 교복을 찢는 행위는 근래에 들어 새롭게 생긴 문화가 아니다. 예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권위적이고 억압적이던 학교문화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표출하던 학생들만의 방식이었다. (물론 과격하긴 하지만) 하지만 요즘은 그런 문화가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문화가 자연 발생적으로 자발적인 행동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기보다는 선ㆍ후배간 강압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측면도 있어 사회적 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요즘 청소년들의 졸업식 문화를 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도대체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길래, 쯧쯧”, “선생들이 아이들 단속은 안 하나”, “요즘 애들은 정말 못 말려” 등 차갑고 냉소적인 시선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문화를 막는다고 대도시 등지에서는 졸업식 때 학교에 경찰이 배치되는 촌극이 벌어지곤 한다.
올해도 역시 이런 일들이 각 학교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리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기성세대와 학교가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졸업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교육을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있는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인성 교육을 외치면서도 학교현장에서는 오로지 성적향상만이 강요된다. 성적이 뒤처지는 학생들은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제대로 된 인격체로서의 대접을 받기가 참 힘든 세상이다. 물론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도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찌질한 아이’로 따돌려지기 일쑤이다. 학교에서 늘 소외되고 겉으로만 돌던 아이들이 이런 답답한 학교를 졸업하며 무슨 감동을 할 것이며 무슨 추억이 있을 것인가? 아마도 괴롭고 떠올리기 싫은 추억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런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그토록 오버하는 것이 아닐까?
졸업식 뒤풀이 문제가 주로 발생하는 곳이 한창 경쟁을 강조하는 중ㆍ고등학교이고 농어촌의 학교보다는 주로 대도시 학교에서 이런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작은 규모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관심을 고루 받으며 같은 반 급우들을 경쟁상대가 아닌 다정한 친구로 여기면서 학창시절을 보낸 학생들의 졸업식에서는 결코 볼썽사나운 뒤풀이 형태를 볼 수 없다.
기성세대와 학교가 과격한 졸업 뒤풀이 문화를 나타나게 한 원인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이것을 감추고 억눌러 없애려는 것에만 급급해하는 현재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졸업의 참의미를 되새기며 감동과 아쉬움이 가득한 졸업식을 언제쯤이면 만날 수 있을까? 내가 맡은 교실에서부터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정말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많이 드는 2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