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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여론조사와 돈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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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론조사와 돈선거

양산시민신문 기자 417호 입력 2012/02/21 10:07 수정 2012.02.21 10:08



 
 
공정한 선거보도 원칙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깨끗한 선거문화의 정착은
공정사회를 만드는 첩경


최근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돈선거 풍토에 일침을 가했다. 후보자 선거캠프의 조직ㆍ관리 책임자가 후보자의 돈선거에 대한 제보와 함께 실제로 돈을 받은 사실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함으로써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선관위는 최근 돈 전달자도 자수하면 죄를 면해줄 뿐만 아니라 최고 5억원의 포상금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신고는 선관위 방침 발표 사흘 뒤에 나왔다.

지난 주말 중앙일보 1면을 장식한 기사는 ‘포상금 5억의 힘... 돈선거 내부 고발’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모 씨 선거캠프의 한 인사가 신고한 내용에 따르면, 지역신문 1면에 유리한 여론조사를 실어주면 건당 250~300만원을 기자에게 주고, 입당원서를 받아오는 사람에겐 ‘현찰 박치기’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진실은 사법기관의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우리처럼 지역신문에 오래 종사해 온 사람에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충격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유리한 여론조사’의 부분이다. 지역신문에 의뢰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논리는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그것은 여론조사의 맹점을 악용해 편법으로 조작한다는 것이니 그야말로 범죄에 다름 아니다. 두 번째는 1면에 게재하는 조건으로 거액을 준다는 부분이다. 사례를 받고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한 내용의 기사를 특정한 지면에 게재한다는 것은 배임수재(背任受財) 행위로 언론의 책무를 크게 망각한 것이다.

최근 공직선거의 추세를 보면 여론조사의 비중이 상당히 증가하였다. 특히 예비후보에서 정당의 공천을 받기까지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여론조사기관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은 여론조사라 하면 대부분 후보자나 정당의 지지도만 생각하기 쉬운데 후보자의 활동 초기에 선거 전략상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선거 공약을 개발하기 위한 정책 조사와 지명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서의 여론조사 형태로 나타난다.

이렇듯 개인적인 목적으로 의뢰되는 여론조사는 공정한 입장에서 지지도를 알아보는 여론조사와는 달리 의뢰자의 기호에 따라 질문방식이나 조사대상이 다소 편중될 수가 있다. 이를테면, 의뢰자의 신분을 강조해 밝힌다든지, 지지도 확인에서 후보자들 중 의뢰자의 이름을 가장 먼저 호명하는 등 편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부 경쟁상대를 아예 빼버리는 질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사는 당연히 공중매체나 언론에 보도될 수가 없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시장 후보 공천결과에 대해 여론조사의 잘못을 들어 법의 심판을 청구하고 결과적으로 공천자가 바뀐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례가 우리 지역에서 발생했다. 법원에서 받아들인 이유도 결국은 여론조사의 조사대상이 부적절하게 선정된 부분이었다.

우리 신문은 매번 선거에서 적절한 시기에 선거법의 범위 내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해 왔다. 검증된 조사기관에 의뢰하는 것은 물론, 질문 문항의 작성이나 조사대상의 선정에도 충분한 근거를 확보해서 실시하고 있다. 정당 지지도를 물을 때는 호명의 순서에 국회의석 분포를 적용하고 있다. 현역 의원이 없을 때는 정당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그 뒤에 붙이고 있다. 후보자별 지지도를 물을 때에도 역시 정당의 순서와 같은 정당 내에서는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호명하고 있다.

정당 공천 이전에 신청자의 공천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후보자의 이름을 한 번씩 돌아가면서 앞에 오도록 하는 ‘로테이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후보자 수가 많을수록 먼저 호명되는 인물이 지지의 응답을 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그렇게 하는 것이다. 조사대상의 거주지역이나 성별, 연령의 분포도 그에 상응하는 구성원의 규모에 따라 적절하게 배분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이유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공정한 선거 보도를 하고자 함이다. 우리는 크고 작은 선거에 대비해 항상 엄정한 선거보도 원칙을 미리 독자들에게 알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깨끗한 선거문화의 정착이야말로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첩경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저 멀리 경기도에서 일어난 사건이긴 하지만 바로 우리 일처럼 커다란 부끄러움과 자성의 필요성을 느낀다. 선거와 관련한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하게 언론의 정도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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