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제 퇴비 뿌리고, 돌도 골라내고 농사지을 땅 준비해야 하는데…. 아직도 저래 흙 나르고 있으면 언제 농로 만들고, 언제 수로공사 끝내겠노?”
16일 오전 원동면 화제리 농경지리모델링 공사현장. 박병훈(78) 씨는 연신 한숨을 내쉰다. 40년 넘게 화제리에서 농사를 지어온 박 씨는 양질의 흙으로 농지를 객토해준다는 얘기를 믿고 한 해 농사를 쉬면서 기다렸는데, 왠지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
4대강 살리기 연계사업으로 진행된 화제지구 농경지리모델링은 당초 지난해 4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12월까지 완공키로 했다. 하지만 공기가 연장돼 오는 5월로 사업계획이 변경됐지만, 113명이나 되는 이곳 농민들은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
박 씨가 속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2월에 접어들었는데도 공사가 끝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공사현장 사무실을 찾았다가 공기가 연장됐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것이다. 그것도 칠판에 적혀 있는 날짜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박 씨는 “사업지구 지정도 다른 곳보다 늦고, 표토층이 분실돼 급하게 흙도 구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공사가 늦어졌을 것이라고 이해했다”면서도 “하지만 농민들과 상의 한 번 없이 결정하고,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이 너무 괘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올해 농사다. 벼농사를 위해서는 4월에 볍씨를 뿌려 묘종을 만든 뒤 5월에는 모내기를 해야 한다. 모내기 시기를 놓치면 올해 벼농사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수십 년간 농지로 활용한 손질된 흙이 아닌 강가 퇴적토에 첫 농사를 짓게 되는 만큼 토질개선을 위한 작업시간도 필요해 최소한 2월 말에는 공사가 끝나야 한다.
손희석(78) 씨는 “농어촌공사는 일단 공동모판을 만들어 모내기 준비를 도와주겠다는데, 모심을 땅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시작했다가 한 해 농사를 망치면 어쩌냐”며 “이렇게 억지로 농사를 시작하면 결국 반타작 농사밖에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공사기간을 앞당길 수 없다면 결국 영농보상이 진행돼야 한다.
현장을 찾은 김효진(무소속, 원동ㆍ물금ㆍ강서) 의원은 “농어촌공사는 공기 연장 신청과 동시에 영농보상 방안을 농민들에게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시작을 놓치면 한 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게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에 1년간 영농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