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경찰서장(48, 사진)이 취임 두 달을 맞았다. 이 서장은 취임 후 파격적 인사위원회, SNS를 통한 양방향 소통 통로 개설, 경찰 근무체계 개선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양산경찰서는 신도시 조성 등으로 치안수요가 급증하면서 1급지로 격상됐지만 경찰관 충원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 서장의 의욕만큼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경찰청 지시가 아닌 주민들이 주문하는 일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이 서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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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에 부임한지 두 달이 지나간다. 그간 양산을 둘러본 느낌은 어떠한가.
양산의 첫 인상은 사람이 모여들고 활력이 넘쳐나는 역동적인 도시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안증가 가능성이 너무나도 큰 도시임에 틀림없다. 최근 한 달여 만에 사행성 게임장 단속이 9건이나 이뤄질 정도로 광풍이 불고 있고, 모텔이 급속히 증가해 성매매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 돈이 돌고 사람이 모이면 자연히 조직폭력배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첫단추가 중요하다. 브랜드 ‘양산’을 만들기 위해 경찰뿐 아니라 지자체와 사회단체들이 앞장서 치안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이뤄진 인사위원회가 화제다. 도입취지와 성과, 그리고 개선점은 무엇인가.
1차 목적은 인사정의 실현에 있다. 불공정 인사, 특혜시비 등과 같은 인사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스스로 희망보직에 후보자로 나서고, 해당 부서 직원들이 투표해 선출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경찰서장이나 상사에게만 잘 보이면 되었지만, 이제는 동료와 후배 등 함께 일하는 모든 이에게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앞으로 파출소장 인사에는 지역주민 참여도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사정의 실현 외에도 절박한 이유가 따로 있다. 턱없이 부족한 경찰인력 문제다.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를 보면 전국 평균이 500명인데 양산경찰의 경우 1천명에 달한다. 때문에 인사 공정성을 바탕에 둔 희망 부서 근무는 자기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동기가 부여돼 100%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민중심 활동과 근무체계 변화를 지속적으로 공표해 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과거에는 ‘우리만 잘하면 된다’는 관점이었다. 즉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경찰내부의 지표와 평가기준에 따라 단속과 검거 위주의 치안활동을 펼쳐온 것이다. 주민중심 활동은 경찰청이 아닌 관서 안에 있는 주민을 보겠다는 말이다. 20~30만원의 소액 절도, 자전거 도난 하나하나까지 주민들이 원하는 것에 수사력을 투입할 것이다. 또 웅상지역 주민들을 위해 주민 출석이 빈번한 경찰서 업무 일부를 웅상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근무체계에 변화를 줄 것이다. 덕계파출소 내 형사실을 개조해 교통사고조사팀, 형사팀, 경제팀을 파견할 예정이다.
24시간 365일 교대근무체계에서 오는 경찰관들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줄이기 위해 파출소 근무체제 변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각 파출소 관리반을 폐지해 발생한 잉여인력을 재배치할 것이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필요한 시간에 더 많은 인력을 배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통 무질서에 관한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단속과 점검 강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단속 강화가 일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단속을 목적으로 교통사고 다발구간이 아닌 이면도로에 숨어서 함정단속을 하는 행위는 분명 근절되어야 한다. 대신 정체구간에 경찰관을 배치해 소통지도를 하고, 교통시설 확충으로 교통사고 예방과 질서 등을 지켜나갈 것이다.
또한 교통문제는 뉴거버넌스(치안서비스 공동생산)적 관점으로 접근해 지자체와 지역언론, 시민단체 등 모두가 네트워크를 구성해 해결방안을 논의해 나갈 것이다. 지자체와 기초질서 단속을, 언론과 동행취재를 통한 현장점검을, 시민단체와 시민의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함께 펼침으로서 동반자적 시각으로 교통 무질서를 해결해 나가겠다.
▶마지막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쉬쉬를 깨뜨리고 믿음을 쌓자’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우리 경찰서의 방침이다. 기존의 다소 무겁고 딱딱한 소통방식에서 벗어나 페이스북 내 ‘양산경찰’과 ‘양산박 수호지’ 등 SNS를 통해 학생들이 경찰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개설했다. 또한 학교폭력전담경찰관을 신설하고, 택시기사 등 넓고 깊은 눈과 귀를 가진 직업군을 신고요원화해 학교폭력에 신속하게 대처해 나가겠다.
대담_박성진 편집국장
정리_엄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