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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내 별명은 ‘앵무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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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별명은 ‘앵무새 아빠’

노미란 기자 yes_miran@ysnews.co.kr 417호 입력 2012/02/21 10:34 수정 2012.02.21 10:35






앵무새와 함께 살아온 지 30여년. 부족한 사육 정보와 거듭된 실패로 쓴 맛 본 것도 여러 차례. 우여곡절 끝에 앵무새와의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됐고, 앵무새조류원을 통해 앞으로도 앵무새와의 인연은 계속 지켜나갈 것이다. ‘앵무새 아빠’ 김철용(56, 교동) 씨의 이야기다.


선물 받은 앵무새로 시작된 인연


김 씨와 앵무새의 인연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5년 당시 일본에 있던 친구로부터 앵무새 한 쌍을 선물로 받았다. 당시 김 씨는 앵무새는 물론 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범어 주공아파트에 살던 김 씨는 새를 둘 곳이 없어 방 안 장롱 위에 올려두기만 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이 약이 된 것일까. 새는 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생초보가 얼떨결에 새끼를 부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 씨는 “당시 새에 무지했던 터라 물과 밥만 줬어요. 방치한 것과 다를 바 없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사람과 거리를 두면서 새가 스트레스 받지 않았던 게 도움 됐던 것 같아요”

우연찮게 새끼를 얻었지만 분양할 순 없었다. 판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인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이후 새끼가 생길 때마다 지인에게 나눠줬다.

15년 전부터 사육 규모를 확대해 나갔다. 조류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입ㆍ분양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옥상에 조사를 마련했다. 아파트에서는 서너 쌍밖에 못 키웠던 것이 수십 쌍으로 늘어났다.
 
‘현장 실습형’으로 노하우 터득


지난 30여년간 김 씨의 앵무새 연구는 ‘현장 실습형’이었다. 김 씨는 “국내에 조류에 대한 전문 서적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 서적을 봐야하는데 영어로 돼 있어 현장에 부딪히며 배울 수밖에 없었죠”라고 말했다.

동물병원 역시 개나 고양이 같은 포유류는 쉽게 치료 받을 수 있지만 조류는 쉽지 않다. 양산에서는 앵무새 치료가 어렵고, 가까운 부산에도 두 곳 밖에 없다. 그나마도 닭, 오리 등 가금류에 대한 처방을 응용하는 정도다.

김 씨는 “나의 실패는 곧 새의 죽음을 말합니다. 당시 참담한 상황을 말로 어떻게 표현하겠어요”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한 번은 앵무새가 소화를 시키지 못하는 것 같아서 병원을 찾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김 씨는 ‘약은 투여 대상의 몸무게에 비례한다’는 것을 근거로 사람이 먹는 소화제를 새 몸무게에 맞춰 투여했고, 새는 결국 건강을 회복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 온라인 카페로 사육 정보나 입ㆍ분양 정보를 공유한다. 닉네임 ‘앵무새 아빠’로 활동하는 김 씨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오는 수십 건의 질문에 매일 답해주고 있다. 김 씨는 쓴 글을 모아 앵무새 기르는 데 도움되는 자료집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30여년 만에 취미에서 본업으로


지난 19일에는 ‘양산앵무새조류원’을 열었다. 본업이었던 재활용업체를 그만두고 정식으로 앵무새 아빠의 길에 뛰어든 것이다.

김 씨는 “앵무새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양산에 앵무새 애호가는 꽤 있지만 조류원이 없어 정보 공유나 입ㆍ분양이 어려운데, 조류원이 도움 됐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정식으로 문을 열기도 전에 문의가 잇따랐다. 김 씨는 관심이 반가우면서도 앵무새 사육이 대중화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김 씨는 “TV에 나와 노래하고 춤추는 앵무새에 관심이 많은데 이들은 아이큐가 높은 대형조로, 소리가 커서 아파트에선 키울 수 없죠”라고 말했다. 또한 “앵무새는 주택 혹은 아파트 같은 환경적 요인, 키우는 연령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길러야 합니다”고 덧붙였다.

앵무새는 자식과도 같은 존재라 말하는 김 씨는 “점점 삭막해져가는 현대 사회에서 앵무새가 애완용 동물이 아니라 자연의 존엄성, 생명의 위대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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