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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블로그에서 퍼왔어요]원동 매화 마을, 매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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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퍼왔어요]원동 매화 마을, 매화 그림

양산시민신문 기자 418호 입력 2012/02/28 15:02 수정 2012.02.28 03:02
http://blog.naver.com/anasister

라파엘로 님의 블로그




2박 3일 여정으로 양산시 원동면 마을 옹벽에 벽화를 그리러 갔습니다. 첫날 벽화를 그리다 콤프레셔 사용할 일이 생겼습니다. 전기가 관건이었습니다. 그러다 가장 가까운 집의 전기를 빌려 쓰게 됐지요. 할머니 한 분이 계셨습니다. 이른 아침 그림 그리러 간 저희에게 하신 첫 마디. “아침은 잡수셨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슴 한 구석을 쿡 건드리며 뭉클해지더군요. 동료와 그날 저녁 숙소로 돌아오며 작업이 끝나면 시간을 내 할머니가 양해해 주시면 벽면에 그림을 그리자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날 변수가 생겼습니다. 생각지 못한 작업이 있었던 것입니다. 서둘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작업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아~ 할머니!!!’ 정신없이 그리고 정리하고 출발하다 보니 하얗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과일이라도 드렸으면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을…. 그렇게 두 달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다 벽화를 그리러 진주에 가게 됐습니다. 하루를 건너 다음날 대구로 작업하러 가게 됐고, 이번엔 혼자 벽화를 그리러 가게 됐습니다. 두 달 동안 기회를 찾던 저에게 매화마을에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죠.

‘할머니가 원치 않으시면 어쩌나’하고 두유 한 박스를 사들고 찾아갔습니다. 다행히 저를 기억하시고 벽화를 그려도 좋다고 허락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봐둔 할머니댁 건넛방에 붉은 매화를 그렸습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였지만 할머니는 그리는 내내 마루에 앉아 지켜보셨습니다. 거의 다 그릴 무렵엔 동네 할머니들도 오셔서 고구마도 깎아주시고, 율무차도 타주시며 반겨주셨습니다. 

아쉬운 점은 벽이 오래되다 보니 자꾸 부스러져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지워질 수도 있겠다는 저의 걱정이었지요. 인사하고 돌아서려고 하는데 할머니가 “이제 가면 내 살아서는 못 보겠구먼”하시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그림 낡거나 지워지면 연락주세요. 글씨가 작아서 안 보이면 다른 분에게 전화 걸어 달라고 하세요”하며 제 보랏빛 명함을 드렸습니다.

대구 동천으로 가는 길에 ‘세상에 그 무엇이든 있는 것만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큰 의미가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뵌 할머니지만 그와의 만남을 통해 이제 공익미술(이런 말이 있는지 모르지만)이란 것을 해야겠다는 뜻을 품었으니까요. 조만간 할머니께 연락이 오면 흰 매화도 한 아름 드리고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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