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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백이와 유하혜 그리고 이윤..
오피니언

[화요살롱]백이와 유하혜 그리고 이윤

양산시민신문 기자 419호 입력 2012/03/06 10:32 수정 2012.03.06 10:31




 
↑↑ 성호준
영산대학교 동양문화연구원장
 
맹자라는 책을 읽으면 사람의 유형을 세 인물의 평을 통하여 비교 설명한 부분이 있다.

첫 번째 인물은 백이(伯夷)라는 사람이다. 그는 중국 은(殷)나라 시대에 고죽이란 제후국 영주의 맏아들이었다. 당시 은나라의 서쪽 지방의 제후 희발은 군사를 모아 은의 포악한 임금 주(紂)를 치고자 하였다. 이때 백이는 무왕을 찾아가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지 못한 것과 신하가 임금을 죽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토벌을 반대하였다. 그러나 희발은 은나라와 포악한 주(紂)를 토벌하고 주나라의 무왕이 되었다. 백이는 은나라가 망한 뒤에도 은나라에 대한 충성을 버릴 수 없다며 수양산으로 들어가 굶어 죽었다.

백이는 악을 미워하고 그것을 철저히 물리치는 성격의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기의 판단에 섬길만한 사람이 아니면 섬기지 않고 사귈만한 벗이 아니면 벗으로 삼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서 있을 그들이 쓴 관(冠)이 바르지 않았다고 하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강직한 인물이다. 백이는 자신의 주관과 원칙이 너무나 분명한 청렴결백한 인물의 표상이다.

다음은 유하혜(柳下惠)라는 인물이다. 그는 중국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현자(賢者)로 담담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설사 임금이 바르지 않더라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고 작은 벼슬도 마다하자 않았다. 작은 관직에라도 등용되면 자기의 우수한 면을 숨기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정당한 방법으로 최대한 발휘하고자 노력하였다.

유하혜가 감옥지기로 일하다가 사직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한 사람이 그 땅을 떠나가지 않음을 묻자, 그는 ‘도(道)를 곧게 하고서 사람을 섬기면 어디를 간들 세 번은 쫓겨나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 자신이 맡은 바를 충실히 하며 올바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곧은 성품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사람들과의 화합의 덕을 중시한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이윤(伊尹)이라는 인물이다. 이윤은 은나라의 성왕(聖王) 탕(湯) 임금의 재상으로 폭군 걸(桀)을 내치고 왕도정치를 구현한 인물이다. 탕임금의 손자 태갑(太甲)이 임금 자리를 이어받았으나 어리석고 포악한 성격으로 인하여 폭정을 행하자, 이윤은 태갑을 3년간 별궁에 가두기도 한 과단성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윤은 나라가 잘 다스려져도 나아가서 일하고 어지러운 세상에도 불구하고 나아가 일하였다. 백성들을 잘 살게 해주어야 할 중대한 책임을 그 스스로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온 천하의 백성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이 백성들에게 베푼 것과 같은 큰 은덕을 입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마치 자기를 그를 구렁텅이에 발로 차서 떨어뜨린 것같이 생각하였다. 이윤은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으로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일을 해나가는 인물이다.

맹자는 세 사람에 대해 평하기를 ‘백이는 청렴한 사람이요, 유하혜는 조화로운 사람이며 이윤은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이다 공자(孔子)는 세 사람을 집대성한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맹자가 각 사람의 장점과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낸 것인 동시에 세 사람을 대표로 하는 인간 유형의 부족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되짚어 보면 백이 같은 부류의 인물은 청렴결백하나 앞뒤가 꽉 막혀 사람들과 화합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아집과 독선으로 인하여 사람들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될 소지가 있다. 또 유하혜 같은 부류는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지만, 사람과의 화합을 중시한다는 명분으로 주관과 소신을 굽히는 무사안일 복지부동의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윤 같은 사람은 자신의 주장과 사명감이 매우 투철하여 상대방의 주장에 귀를 열지 않고 자신의 길만 고집하는 소통불통의 인간형이 될 수도 있다.

 
백이의 청렴, 유하혜의 화합정신
이윤의 사명감 닮은 인물 기대


우리의 삶에서 세 사람의 장점을 집대성한 공자 같은 성인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그러나 백이의 청렴함을 실천하는 사람, 유하혜의 화합정신을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 이윤과 같이 국가와 민족 그리고 지역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을 지닌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듯하다. 유하혜를 모방하여 화합을 말하나 인기에 영합하고 덕이 있는 것처럼 거짓 행동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주장을 무시하고 독선(獨善)과 아집이 가득함을 이윤의 충직하고 신뢰 있는 행동인양 흉내 내는 사람, 앞뒤가 꽉 막혀 융통성이 없음을 백이의 청렴결백으로 착각하는 사람은 우리 주위에 적지 않은 듯하다.

모쪼록 올 4월에는 최소한 유하혜, 이윤, 백이 중 한 사람의 좋은 모습이라도 제대로 닮은 새로운 인물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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