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꼬치에 꽂아 간장에 꾹 찍어먹던 커다란 ‘오뎅’과 조그만 바가지로 떠먹던 오뎅 국물 맛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예전에는 황토색의 사각이나 긴 원통형의 어묵이 전부인줄 알았는데 지금은 재료, 모양과 종류가 다양하고 맛있는 어묵요리도 많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오뎅이란 말이 우리말인지 일본어인지, 그리고 우리 음식인지 일본음식인지 정확하게 잘 알지 못하면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호에는 어묵과 오뎅의 차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어묵 역사와 어묵요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묵의 정의와 특징
어묵은 어육에 식염을 가한 뒤 설탕과 녹말 등의 조미료를 넣어 반죽하여 찌거나 구워서 단백질을 응고시켜 만든 식품으로 생선묵이라고도 한다. 가공방법에 따라 어묵에는 튀김어묵, 구운어묵, 찐어묵이 있으며 요즘에는 치즈, 맛살, 채소, 당면 등을 넣은 다양한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어묵은 생선살과 전분의 비율에 따라 맛이 결정되는데 보통은 생선살이 50% 이상이며 고급 어묵에는 생선살이 70% 이상 함유돼 있어 맛이 더욱 좋다. 특히 좋은 어묵은 순백색으로 광택과 탄력이 있으며 입에서 씹히는 느낌이 좋고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특징이 있다. 어묵은 생선으로 만든 것이므로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이 높고 소화가 잘 되며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다.
한국 어묵의 역사
조선의 숙종 45년(1719년)에 기록된 ‘진연의궤’에 나오는 ‘생선숙편’은 재료가 ‘대생선 3미, 간장 3홉, 녹말 1되 5홉, 참기름 3홉, 잣 5작’이라 하였으며, 대전보건대학의 김상보 교수는 “이것은 생선 으깬 것에 녹말, 참기름, 간장을 넣고 차지게 섞어 틀에 넣어 쪄낸 다음 이것을 편으로 썰어서 잣가루를 넣은 간장에 찍어먹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라고 하여 어묵이라고 보여진다.
이 ‘생선숙편’은 후일 진찬의궤(1829년)와 진연의궤(1901년)에 ‘생선문주’라는 명칭으로 변모되었다. 1700년경 역관 이표가 쓴 ‘소문사설’에 ‘가마보곶’(可麻甫串)이라는 음식이 나오는데 ‘생선살을 얇게 저미고, 돼지고기·쇠고기·버섯·해삼·파·고추 등을 다져 만든 소를 얹어 3, 4켜가 되도록 한 다음 이것을 두루마리 종이 말듯이 둥글게 말아 삶아내어 썰어서 먹는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1938년 조자호가 쓴 ‘조선요리법’에 ‘태극선’이 나오지만 일본식 어묵과는 전혀 다른 전통음식이 되었다.
일본식 어묵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일제 강점기이며 광복 직후 부평동시장의 동광식품(창업주 이상조)이 한국인이 세운 최초의 어묵공장이다. 1950년에는 일본에서 어묵제조 기술을 배워 온 박재덕이 영도의 봉래시장에 삼진식품을 설립하였다. 한국전쟁 때 피난민이 부산으로 대거 유입되자 어묵생산은 호황을 맞기 시작하였으며 영주동시장에 환공어묵을 생산하면서 동광식품, 삼진식품과 환공어묵이 활발하게 어묵제품을 생산하였다. 1960년대에는 환공어묵과 삼진식품 등의 기술자들이 대거 독립을 하면서 어묵업계가 발전을 하게 되었다. 1985년 삼호 F&G에서 ‘어묵’을 만들었으며 1990년대 초에 ‘부산어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마차에서 먹는 어묵이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일본의 오뎅과 가마보코
오뎅(お田)은 덴가쿠(田樂)의 첫 글자에 오(お)가 붙은 말이다. 덴가쿠는 두부에 된장을 발라 구운 도후(豆腐) 덴가쿠의 줄임말로 무로마치시대(1338〜1537년)에 등장하였다. 대꼬챙이에 꿰어진 두부의 모습이 죽마를 타고 춤추는 모내기철 농민의 연희(演戱) 덴가쿠를 연상한다는 것에서 나온 이름이다. 이후 두부 대신 곤약이나 토란을 사용하기도 하였으며, 생선을 사용한 우오(魚) 덴가쿠도 생겼다. 이것은 모두 된장을 발라 꼬챙이에 꿰어 구운 음식이었으나 나중에는 꼬챙이에 꿰지 않고 된장만 발라 구운 요리도 덴가쿠라고 하였다. 18세기 에도에서는 양념된 국물에 꼬치를 꿴 곤약을 넣고 삶은 덴카쿠 요리가 있었으나 주로 삶은 요리는 오뎅이라고 불렀다. 그 후 곤약 외에 토란이나 무 등의 각종 채소와 정어리를 비롯한 생선을 갈아 밀가루와 전분을 섞어 동그랗게 만든 쓰미레(摘みれ), 구운두부, 삶은 계란 등 재료가 다양해지면서 현재의 오뎅 모습이 갖춰졌다. 가츠오부시, 멸치, 다시마로 국물을 우려내어 만드는 오늘날 오뎅에도 구운 두부를 사용하며 꼬치에 꿰어 국물에 넣고 삶는 것이 여전히 남아 있다.
생선살을 갈아 전분과 조미료를 섞어 반죽해서 굽거나 찐 어묵을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가마보코라고 불렀다. 요즘은 틀에 넣어 쪄서 원하는 모양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간단하게 튀겨서 만들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대부분 반죽된 생선살을 꼬치 주위에 발라 은근한 불에 구어 만들었다. 그 모습이 부들의 이삭모양과 비슷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가마보코가 오뎅의 재료로 쓰이지만 많은 종류 중 극히 일부만이 쓰인다. 대표적인 것으로 가운데가 뻥 뚫린 대나무 대롱모양의 치쿠와나 생선살 반죽을 도톰한 반달 모양으로 찐 한펜이 있다. 가마보코는 오뎅보다는 주로 반찬이나 설날의 오세치요리에 쓰인다.
일본에는 전국적으로 지역의 특징을 지닌 독특한 오뎅이 있다. 홋카이도 오뎅에는 조갯살, 머위와 죽순이 들어가고, 시즈오카 오뎅에는 검은 생선묵(고등어, 정어리 등의 생선을 갈아 만든 어묵)이 들어간다. 된장을 이용한 요리가 많은 아이치에서는 오뎅에 된장을 넣어 끓이며 나가사키에서는 닭살코기, 오키나와에서는 족발을 넣는다.
오뎅의 맛을 결정하는 국물에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어 국물 만드는 법이나 조미료 배합에 변화가 많다. 일본 북부지역은 간장의 깊은 맛, 간토지방은 가츠오부시 국물, 중부지방은 단맛이 강한 깊은 맛, 긴키지방은 다시마 국물, 서부지역은 멸치국물, 그리고 오키나와는 다시마와 소금으로 깔끔한 맛을 낸다. 또한 관동지역의 국물은 연하고 관서지방의 국물은 진하다. 일본의 자동판매기에서는 오뎅 통조림도 판매되고 있다.
어묵요리
어묵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그대로 먹어도 되지만 여러 가지 요리로 만들 수 있다. 어묵요리로는 어묵국, 어묵조림, 어묵볶음, 어묵육개장, 어묵구이, 어묵쇠고기조림, 어묵산적, 어묵냉채, 어묵전골, 냄비어묵, 채소어묵전 등이 있다.
다음호에는 가공식품의 건어물과 요리편을 소개합니다.
한국식 어묵국
재료
모둠 어묵, 청양고추 3개, 홍고추 1개, 국간장 2큰술, 소금 약간, 꼬치육수(멸치 10마리, 다시마 1장, 건 표고버섯 2개, 무 주먹 크기 한 토막, 대파 1/2개, 양파 1/2개, 물 5컵)
만들기
1. 찬물에 육수 재료를 30분 정도 미리 담가 두었다가 끓으면 다시마를 먼저 건져내고 10분 후 멸치를 건져내고 30분 정도 더 끓인다.
2. 간장으로 간을 한 후 오뎅도 꼬치에 끼워 넣는다.
3. 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10분 더 끓이면 된다.
4. 소금으로 간을 한다.
어묵볶음(간장·고추장 어묵볶음)
재료
어묵 4장, 양파 1개, 햄 2개, 고추장 양념(고추장 1, 간장 1, 고춧가루 0.5, 올리고당 1.5, 맛술 1, 물 1, 다진 마늘 0.5, 참기름 약간) 간장 양념(간장 1.5, 올리고당 2, 맛술 1, 물 1, 다진 마늘 약간)
만들기
1. 어묵과 햄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뜨거운 물로 기름과 불순물을 제거한다.
2. 양파는 채 썰어 둔다.
3. 고추장 양념과 간장 양념을 만든다.
4. 달군 팬에 식용유를 넣고 채 썬 양파를 볶는다.
5. 어묵과 햄을 넣고 2〜3분 정도 볶는다.
6. 팬에 간장양념을 넣어 끓인 다음 어묵, 햄, 양파를 절반 넣어 살짝 볶는다.
7. 접시에 담아 통깨를 뿌린다.
8. 팬에 고추장 양념을 부어 끓인 다음 어묵, 햄, 양파를 넣고 볶는다.
9. 볶은 참깨를 뿌려주면 고추장 어묵볶음이 된다.
일본식 오뎅탕
재료
어묵(사각, 완자, 구멍난 것) 180g, 곤약 50g, 당근 60g, 무 70g, 쑥갓 30g, 은행 10g, 계란 1개, 유부 2장, 쇠고기 30g, 실파 1뿌리, 당면 10g, 배추 50g, 목이버섯 5g, 다시마, 가츠오부시, 진간장, 청주, 맛술, 소금, 겨자가루, 후추, 식용유, 꼬치
만들기
1. 다시마와 가츠오부시로 다시물을 만든다.
2. 무는 큼직하게 썰어 모서리를 다듬어 삶고, 달걀은 완숙으로 삶고, 당근은 꽃모양을 만든 후 삶는다.
3. 곤약은 3x7cm 크기로 썰어 칼집을 넣어 꼬아서 삶는다.
4. 어묵과 유부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기름기를 제거하고 물기를 짠다.
5. 삶은 무, 계란과 곤약은 다시물에 간장을 넣어 조린다.
6. 어묵과 은행을 모양 있게 꼬치에 끼운다.
7. 당면은 끓는 물에 삶아 3cm 정도의 길이로 자르고 쇠고기는 다지고 목이버섯은 채 썬다.
8. 팬에 기름을 두르고 쇠고기, 목이버섯, 당면을 간장과 후춧가루로 양념하여 볶아서 잡채를 만들어 유부에 속재료로 채우고 데친 실파 줄기로 묶는다.
9. 냄비에 다시물을 부어 간장과 소금 간을 하고 준비한 어묵과 무를 넣어 은근히 끓으면 청주를 넣고 거품은 걷어내고 계란과 쑥갓을 넣는다.
10. 겨자가루는 온수로 개어 발표시킨 후 곁들여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