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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 소금]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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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알고…

양산시민신문 기자 421호 입력 2012/03/20 11:51 수정 2012.03.20 11:53



 
↑↑ 강진상 목사
평산교회
 
서기 25년께 중국 후한(後漢) 시대에 양진(楊震)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양진은 학문이 깊었을 뿐 아니라 유학에 정통하였으므로 당시의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관서의 공자는 양진이다’라고 할 만큼 성품이 어질어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그가 일찍이 학당에서 학생들에게 글을 가르칠 때 대청 아래서 세 마리의 전어가 나타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수제자가 이렇게 말했다. “장차 삼공이 되실 징조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제부터 벼슬을 하시어 차차 승진을 계속하시게 될 것입니다”

과연 그의 말대로 그가 태수(太守)라는 벼슬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가 동래 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관내 창읍(昌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는데 창읍 현령 왕밀(王密)이 찾아와 “전에 신세를 많이 졌다”며 금 열 근을 바쳤다. 사례라고 하였지만 그 돈은 분명히 앞으로 잘 봐달라는 뇌물이 틀림없었다.

이에 청렴한 양진은 받을 이유가 없다고 거절했다. 한사코 거절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어두운 밤이고, 이렇게 방안에 있으니 아무도 볼 수 없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으니 받아두십시오”

그러자 양진이 말한다.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그대가 알고(子知) 또한 내가 아는데(我知)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한단 말이오?” 양진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현령을 크게 부끄러워하며 그대로 돌아갔다. 이것이 유명한 양진의 사지(四知)이다.

양진이 승진을 거듭하여 삼공의 자리에 올랐을 때 환관과 황제의 유모인 왕성이 권력을 이용하여 그에게 옳지 않은 일을 해 달라고 압력을 가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양진이 거절하자 그들이 서로 짜고 양진을 터무니없이 모함하여 죄를 뒤집어씌웠다. 양진은 구제될 수 없음을 알고 화를 당하기 전에 스스로 독을 넣은 술을 마시고 자결하였다.

그리고 2천년의 세월이 흘렸지만 백성은 그의 인격과 덕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사모하여 지금까지 ‘양진의 사지(四知)’를 잊지 않고 있다. 숱한 뇌물 사건이 터지고 때로는 증거 불충분 등으로 무죄 석방되지만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그대가 알고(子知) 또한 내가 아는 일(我知) 아니겠는가?

우리나라 속담에도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이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는 뜻이다. 보는 사람, 아는 사람 없다는 그릇된 인식 때문에 부정심리가 작동하고 부패가 싹튼다.

양진의 사지(四知)는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고사성어로서 많은 유혹이 넘치는 현대인은 물론, 특히 청렴결백해야 할 공직자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항상 담아둬야 할 고귀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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