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평소 집에서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즐겼던 박현자(60, 교동) 씨는 최근 핸드드립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원두를 갈고 직접 물을 붓는 방식이 익숙지 않지만 직접 커피를 내리는 즐거움은 물론 커피 본연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씨가 이 같은 핸드드립을 배우고 있는 곳은 바리스타학원이 아닌 집과 가까운 주민자치센터다.
강서동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안철영)는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으로는 처음으로 커피바리스타 강좌를 개강했다. 지난 8일 시작한 강좌는 커피에 대한 기초이론과 핸드드립 기초실습 등으로 모두 8주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커피원두를 비롯해 드립퍼, 여과지 등 실습에 필요한 재료와 기구는 모두 준비돼 있기 때문에 커피에 관심만 있다면 누구든 적은 돈으로 배울 수 있다.
수업을 맡은 양산커피바리스타학원 강은경 부원장은 “시중 카페에서 쓰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준비하기 어려운 데다 무엇보다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이 목적이 아니라 커피를 배우고 마시자는 취지로 수강생들이 모였기 때문에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핸드드립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혹자는 분쇄한 원두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것이 전부가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핸드드립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원두를 볶고(로스팅) 갈고(분쇄) 내리는(추출) 각 방법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커피원두 원산지별로 맛을 내는 방법도 다르다.
20여명의 수강생들은 1주차는 커피 이론, 2~4주엔 기초 핸드드립 익히기, 5~8주엔 핸드드립 응용을 배우게 된다.
김형미(53, 남부동) 씨는 “예전엔 물을 내린 다음 거품이 있으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추출이 덜 된 줄 알고 한두 번씩 더 내리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탄산가스 같은 불순물 때문이었다. 차라리 처음 내린 것에 물을 더 넣어 희석해서 먹는 게 좋다”고 배운 것을 설명했다.
이외에도 ‘물 온도가 너무 높으면 맛이 쓰다’, ‘세 차례에 걸쳐 원두 전체를 골고루 적셔야 한다’ 등 잘못 알고 있던 커피 상식을 다시 배우고 맛있게 추출하는 방법을 익혔다.
수강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명기(교동, 63) 씨는 “대학 때 학교 앞 다방에서 커피에 반숙란 띄워 먹는 게 낙이었는데, 지금은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저렴하게 커피를 배우면서 과거의 향수를 찾았다. 수십년 동안 마셔온 커피였는데 ‘내가 이렇게 몰랐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열심히 배워서 작은 찻집을 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