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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저는‘카페사회사업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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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카페사회사업가’입니다

노미란 기자 yes_miran@ysnews.co.kr 입력 2012/04/03 09:51 수정 2012.04.03 11:08
카페 통해 보편적 복지 추구하는 마을카페 소소봄

사회적 기업 판로 돼주고 마을공연하며 주민과 교류



수만가지 직업 중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직업은 얼마나 될까. 책 ‘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을 쓴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대에 대한 통찰력과 남들과 조금 다른 시각만 가진다면 일자리는 많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시대에 대한 통찰력 즉, 보편적 복지의 중요성은 카페 사업이라는 색다른 시각을 만나 ‘카페사회사업가’가 탄생했다. 이우석(32, 물금읍) 씨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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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지역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던 사회복지사였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이 씨는 ‘주는 이’와 ‘받는 이’가 분명하게 구분돼 있는 사회복지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보편적 복지를 공동체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싶었다.

‘마을 공동체에서 보편적 복지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찾은 길은 바리스타. 의외였다. 여동생이 카페 창업을 준비하던 차에 이 씨는 카페가 사회사업에 적합한 공간이라고 판단했다. 지역주민들이 커피를 마시고 카페공간을 활용하면서 누구나 보편적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밝을 소, 바 소, 봄 봄, 밝은 봄이 머무르는 공간이라는 뜻의 마을카페 소소봄은 그렇게 열 달 전 물금신도시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이 씨는 커피를, 이 씨의 동생 이미애(30) 씨는 컵케이크를 만들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지역과 연대하기. 소소봄은 판로 개척이 힘든 사회적 기업의 든든한 판매처이다. 장애인들이 만든 베이커리나 친환경 양초 등을 판매한다. 또한 손님이 커피 리필로 지불한 돈은 오롯이 지역아동센터에 전달한다. 이 연대에서 고객들이 이 구조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씨는 “고객들이 알게 되면 선별적 복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알리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다른 지역과 연대하기. 이 씨는 소소봄처럼 마을에서 사회사업을 하는 일종의 ‘마을카페’가 지역 곳곳에 뿌리내리길 원했다. 그래서 컨설팅을 지원한다. 지난달에는 장애청소년을 둔 부산지역 학부모모임이 소소봄을 찾아왔다. 장애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모델로서 이 씨를 만나러 온 것이다. 부산ㆍ경남권 고등학교 동아리들도 카페사회사업을 공부하고 돌아갔다.

셋째는 주민과 교류하기다. 한 달에 한 번 지역 공연팀을 섭외해 마을 공연을 연다. 입장료는 없다. 그래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이달 28일엔 양산고 출신 마술사를 초청해 마술공연을 열 예정이다.

이 씨는 “주민들이 취미로 배운 것을 자연스럽게 풀어내자는 취지인데, 지역 동호인들이 주저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열 달 동안 카페사회사업의 가능성을 발견하며 이 씨의 목표는 뚜렷해졌다. 수익을 두 배로 늘리고, 2년 동안 안정적으로 경영하는 것이다. 또한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사회사업부를 만들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 씨는 최근 특별한 직원채용공고를 냈다. 조건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자다. 커피맛은 기본, 사회복지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카페사회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반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 씨는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카페일 테니 이곳에서 일하겠다는 사람도 한 명이지 않겠어요”라며 웃어보였다.

↑↑ 소소봄은 지난해 10월 마술팀을 초청해 첫 마을공연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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