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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제발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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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제발 놀아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4/09 09:42 수정 2012.04.09 09:59



 
↑↑ 김현곤
웅상초등학교 교사
 
쉬는 시간, 우리 반은 요즘 세태와 반대로 협박한다.

“지금 책 읽거나, 나가 놀지 못하면 주~욱는다.”

‘잘 노는 놈이 일도 잘한다’는 말을 실천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학교 쉬는 시간에 교육활동을 집어넣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교사회의 시간에 논쟁이 붙은 적이 있었다. 요점은 경남, 양산교육 특색과제(책 읽는 학교, 노래하는 학교, 운동하는 학교)에 맞추어 쉬는 시간에 교육지원청 특색활동을 하도록 집어넣자는 주장과 그냥 쉬게 하자는 주장이 부딪힌 것이다. 아마도 여러 학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겠지만, 논쟁 한 번 없이 시키는 대로 경남특색과제를 학교 시간 곳곳에 쑤셔 넣듯이 진행하는 학교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 학교는 쉬는 시간을 그냥 쉬게 하자는 쪽으로 이야기되었는데, 천만다행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괜찮은 학교, 좋은 학교는 학생의 일상이 평화로운 학교, 교사의 일상이 평안한 학교라고 생각한다. 일상이 지켜지면, 여유가 생긴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살피고, 마음을 읽어 볼 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학생들은 친구를 돌아볼 시간이 생기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요즘 강조하는 인성 교육과 창의성 교육의 핵심 방안은 알고 보면 ‘여유’가 아닌가? 생활 곳곳에서 성과 위주로 채찍질하고 해야 할 활동과 일거리를 밀어 넣고 있는데, 무슨 창조적인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자신을 사랑할 마음을 갖겠는가 말이다. 바쁘면 바쁠수록 예민해지고, 피곤하고, 공격적이게 된다.

제발 놀게 하라. 그리고 꿈꾸게 좀 놔두면 안 될까?

올해 2월 학년의 진도가 다 끝나고 학급 마무리 활동에 들어가며 우리 반 아이들과 매일 주제를 달리하며 놀이 시간을 많이 가지고 관찰한 적이 있다. ‘요리의 날’, ‘미술의 날’, ‘장난감의 날’, ‘체육의 날’ 등. 그랬더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일주일이 되자 괜히 으르렁거리며 싸우기만 하던 두 사내 녀석들이 서로 같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거다. 다른 친구들도 좀 따돌리던 녀석을 덜 구박하고 위해주는 모습도 보이고….

무엇 때문인지 날카로웠던 마음을 내려놓고, 평소에 갖고 있던 스트레스가 풀리니 서로의 관계가 풀리고 학급 교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됨을 보았다.

평안한 일상을 지키고 놀게 하는 것! 이것이 학교폭력과 학교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책으로 제안한다. 아이들에게, 교사에게 여유를 갖게 하면 그보다 더 좋은 교육정책이 있을 수 없다. 쉬는 시간을 어떻게든 늘리고, 재미를 찾아 신 나게 놀도록 해주면 좋겠다. 아이들 교육을 잘해볼 욕심으로 이런저런 활동 만들어 붙여 넣지 말고 아이들을 숨 쉬게 하고 자신을 스스로 돌아볼 시간을 주는 것이 좋겠다.

우리 학교는 30분 쉬는 시간을 만들었다. 쉬는 시간을 이리저리 가져와 만들었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준 것이 아니라 쉬는 시간을 모은 것에 불과한데, 이제 4월, 학교 운동장에 초록의 천연잔디가 올라오면 신 나게 놀 아이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제발 놀아라. 뒹굴고, 서로 부대끼며 놀아라. 그래서 푸른 잔디처럼 어우러지고 서로 도와서 운동장에 커다란 초록을 만드는 것처럼 함께 꿈꾸고 즐거운 아이들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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