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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진 양산대학 호텔관광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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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길을 따라 꿈속을 걸어가듯 봄을 찾아가기에는 아직 강원도에는 때아닌 폭설이 내리고, 우리가 사는 양산에도 꽃샘추위의 뒤끝으로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조금 차갑긴 해도 봄, 봄의 향기가 천지에 진동한다.
이제부터 양산에는 내내 꽃 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이미 원동에서 원동매화축제가 열려 봄꽃축제 서막을 열었다. 앞으로 서운암 들꽃축제, 천성산 철쭉제, 양산천 유채꽃축제 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이제 꽃향기 진동하는 아름다운 양산에서 봄을 맘껏 만끽만 하면 될 일이다.
봄꽃 향연이 벌어지는 양산의 곳곳에는 우리네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본격적인 행락철을 맞아 가족, 친구와 손에 손을 잡고 양산 이곳저곳의 꽃구경도 하면서 우리 고장을 빛내고 있는 문화재도 함께 찾아보자. 관광할 때 재미와 체험이 아우러지면 그 만족이 배가된다 하니, 꽃 보는 재미와 더불어 문화재에 대한 지식도 조금씩 알아간다면 우리 고장 양산이 새롭게 보이고 더 정겹게 느껴질 것이다.
문화재는 조상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창조적인 산물이다. 그 시대 시대마다 조상이 살아왔던 삶의 지혜와 조상이 살아온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이며, 앞으로 역사문화발전의 밑거름이기 때문에 잘 보존해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값진 재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해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자료로 분류ㆍ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그 중 보존가치가 큰 것을 국가가 보호하기 위해서 국가 이름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그 가치의 경중에 따라 국가에서 지정하는 국가지정문화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하는 지방문화재, 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향토문화 보존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문화재자료로 구분해 놓고 있다. 지정문화재 가운데 그 가치가 가장 큰 국가지정문화재는 다시 국보, 보물,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무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등 7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우리 양산에는 국보 제290호인 통도사대웅전 및 금강계단을 비롯해 보물(25개), 사적(6개), 천연기념물(1개) 등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유형문화재(67개), 무형문화재(2개), 기념물(8개), 민속자료(1개) 등이 지방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우리 양산 향토문화 보존상 중요한 문화재자료가 28점 지정돼 있다.
양산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 중 국보도 보물도 아니지만 가슴 아픈 아련한 사연이 서려 있는 문화재가 하나 있다. 예쁜 마을 이름을 가진 소토에 가면 신라시대 충신으로 알려진 박제상의 생가인 ‘박제상유적 효충사(기념물 제90호)’가 있다. 박제상은 눌지왕 2년(418)에 고구려에 들어가 볼모로 잡혀 있던 왕제 복호를 데려오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역시 볼모로 잡혀 있던 왕제 미사흔을 계교로 탈출시키고 자신은 스스로 잡히는 몸이 되어 고문을 받고 죽었다. 왜왕은 제상을 모질게 고문하면서 신하로 삼으려 했으나 제상은 “계림의 소, 돼지가 될지언정 너희 나라의 신하는 되지 않겠다”라며 죽었다고 한다.
남편이 죽은지도 모르고 박제상의 부인 김 씨는 두 딸을 데리고 치술령(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에 올라 일본에 간 남편을 기다리다 죽었는데 그 몸이 돌로 변하여 망부석이 되고, 그 영혼은 날아가 은을암이란 암자로 숨었다는 전설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하늘 높이 치솟은 치술령 정상에서는 멀리 동해가 보인다.
4월 11일은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라 임시공휴일이다. 우리 양산의 발전을 위해 빛과 소금이 될 후보자들에게 국민으로서의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인 한 표를 던지고, 가까운 문화재가 있는 곳으로 봄 마실 한 번 다녀오며 아름다운 계절 4월을 뿌듯하게 보내보자.
소토마을에 가서 박제상과 그의 아들 백결 선생의 초상화가 모셔져 있는 효충사, 대원군 척화비, 소계서원을 보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전리 이팝나무에도 가보자. 쌀밥같이 흐드러지게 하얀 꽃이 아직은 피진 않았겠지만 지금쯤 연두빛 새순이 올라오고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날이 따뜻해지면 유채꽃이 만발할 양산천에 나가보자. 그 길을 따라 유채꽃 향기 맡으며 쉬엄쉬엄 걷다 구름다리 건너 춘추공원에 가보자. 양산을 빛낸 충신열사가 모셔져 있는 장충단에 오르면서, 가는 길에 이원수의 ‘고향의 봄’ 노래비 앞에 서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를 읊조리며 봄꽃들과 어우러져 있는 양산의 문화재에 대해 양산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