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시 한줄의 노트] 대숲
사회

[시 한줄의 노트] 대숲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4/09 11:21 수정 2012.04.09 11:21



        저 뒤안길 대숲에는
        우리가 돌아보지 않고 잊어버린
        그림자가 바람과 함께 쓸쓸히 살고 있다
        달빛이 새어드는 대숲에는
        스산한 댓잎 바람에 옷깃을 펄럭이는
        우리의 그림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는 꼭 한 번 만나야 할
        그림자들이 댓잎 바람에 부서지며
        기억 속에 서성이고 있다






김영석 시인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방화」당선. 현 배재대학교 교수.
시집-『썩지 않는 슬픔』(창비, 1992) 『나는 거기에 없었다』(시와시학사, 1999) 『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시와시학사, 2003) 『외눈이 마을 그 짐승』(문학동네, 2007)이 있음.

-----------------------------------------------------------
 
↑↑ 김순아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이 시를 읽다보니, 어렸을 적 제가 살던 마을이 떠오르는 군요. 100여가구가 모여 마을을 이루던, 어느 집이든 마당과 텃밭을 가지고 있던, 몇몇 집 뒤꼍에는 대나무가 숲을 이루어 스스스, 소리를 내던, 70년대 말 산업화란 미명하에 사라진 그 마을. <언젠가는 꼭 한 번> 보고 싶은 그때 그 사람들이 <기억 속에 서성이고 있>는.
이 시는 지금 우리가 자연과 순수가 파괴된 물질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부단히 확인시켜줍니다. <우리가 돌아보지 않고 잊어버린>/ <대숲>에서 시인이 <우리>를 돌아보는 것도, 결국 손상되지 않은 생명의 세계를 지향하기 때문이겠지요. 대숲에서 누군가 나를,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상상, 그런 상상이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는 날입니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