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뒤안길 대숲에는
우리가 돌아보지 않고 잊어버린
그림자가 바람과 함께 쓸쓸히 살고 있다
달빛이 새어드는 대숲에는
스산한 댓잎 바람에 옷깃을 펄럭이는
우리의 그림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는 꼭 한 번 만나야 할
그림자들이 댓잎 바람에 부서지며
기억 속에 서성이고 있다
김영석 시인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방화」당선. 현 배재대학교 교수.
시집-『썩지 않는 슬픔』(창비, 1992) 『나는 거기에 없었다』(시와시학사, 1999) 『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시와시학사, 2003) 『외눈이 마을 그 짐승』(문학동네, 2007)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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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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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지금 우리가 자연과 순수가 파괴된 물질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부단히 확인시켜줍니다. <우리가 돌아보지 않고 잊어버린>/ <대숲>에서 시인이 <우리>를 돌아보는 것도, 결국 손상되지 않은 생명의 세계를 지향하기 때문이겠지요. 대숲에서 누군가 나를,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상상, 그런 상상이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