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의 생선 한 마리
서늘하게 누워 바다를 추억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에 갇힌 채
두 눈을 부릅뜨고
마지막으로 보았던 바다를 떠올리고 있다
생선의 눈동자에 잠시 푸른빛이 넘실댄다
생선은 내장을 쏘아낸 가벼운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바다는 너무 먼 곳에 있다
파도처럼,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아련하게 출렁인다
눈동자 하나 가득 바다를 담고 싶은,
두 눈 부릅뜬 생의 마지막이
조용히 냉장되고 있다
조동범 시인
1970년 경기 안양 출생. 2002년 <문학동네>로 등단. 시집으로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갤리온, 2008),
『카니발』(문학동네, 2011), 평론집『디아스포라의 고백들』(작가와비평, 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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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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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생선이 살아서 사람처럼 생각을 한다면 어떤 기억을 떠올릴까?
이런 의문점에서 출발한 이 시는, 생선을 의인화하여 삶의 회귀본능을 보여줍니다.
‘파도처럼,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군더더기 없는 직유가 참신하게 느껴지는데요,
아마 시인은 어느 날 냉장고 속 생선과 눈을 마주치자 그래, 그래 고개를 끄떡여 주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좋은 시란 머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