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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뜨개질 교실을 가다
한국말 서툴러도 코바늘 하나로 웃음꽃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2/04/24 09:59 수정 2012.04.24 09:59
이주여성들의 뜻 반영해 뜨개질 교실 개설

이주여성이 수업 통역해 소통 어려움 극복



낯선 한국에 들어온 지 적게는 반 년, 많게는 삼 년이 지났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말은 물론 한국문화를 몸에 익히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도 코바늘 하나로 웃음꽃을 피우는 이들이 있다.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이영화) 뜨개질 교실 수강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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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이면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1층은 뜨개질 열기로 뜨겁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온 이주여성 1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뜨개질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다. 이제 막 코바늘로 ‘코’를 만드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한 터라 그렇다할 작품은 없다. 하지만 코를 만들었다가 다시 풀고, 또 다시 만들면서 뜨개질 삼매경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 뜨개질 교실은 오롯이 결혼이주여성들의 뜻에 따라 문을 열었다.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선희 사업팀장이 직접 뜬 옷을 주로 입고 다니는 것을 눈여겨본 결혼이주여성들 몇몇이 뜨개질을 배우고 싶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같은 결혼이주여성들의 의견을 수렴해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모두 5개월 과정으로 뜨개질 교실을 열었다. 올해는 3개월 과정으로 4월 둘째 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2시간씩 진행되고 있다.

물론 양산지역에도 뜨개질을 배울 수 있는 뜨개방은 있다. 그럼에도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뜨개질 교실을 개설했다. 개설 배경에 대해 김 팀장은 “한국인들과 어울려 배울 수도 있지만 언어 소통의 어려움에 제대로 배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왜 한국 사람과 결혼했느냐’, ‘남편과 나이는 얼마나 차이 나느냐’ 같은 질문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뜨개질에 대한 이주여성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욱 뜨거웠다. 중국이나 베트남에도 뜨개질 문화는 있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은 이주여성들이 특히 더욱 큰 관심을 보였다.

뜨개질에 대한 열정은 의사소통의 어려움도 뛰어넘었다. 한국어가 서툰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지역일자리사업 일환으로 단기 통·번역을 맡은 이주여성이 수업을 돕고 있다.

김 팀장은 “지난 13일 첫 번째 수업에서는 ‘코’의 개념과 ‘코를 만들다’ 같은 뜨개질의 기초를 이해시키느라 애를 먹었다”면서도 “통·번역을 맡은 이주여성들이 중간다리 역할을 잘 해주고 있어서 수업이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지난해 뜨개질을 배웠던 여성도 있어서 뜨개질 초보 이주여성들이 배우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뜨개질은 초보이지만 만들고 싶은 것은 다양하다. 중국에서 온 한옌친(29, 상북면) 씨는 “생각보다 이해하기 어렵진 않아요. 하지만 집에서 연습 많이 해야 하는데 애기 봐야 하니 잘 못해요. 시어머니에게 목도리를 만들어서 선물해 드리고 싶어요”라며 만족해했다.

김 팀장은 “뜨개질을 처음 배울 때는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 번 배우고 나면 만드는 재미에 이주여성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아기 옷이나 시부모님 등 가족 옷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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