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술사 이강기(사진 오른쪽) 씨와 김선중 씨가 플로팅 테이블(floating table)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
빈손에서 수십 장의 카드가 나오는가 하면, 땅 위의 테이블이 공중으로 부양하기도 한다. 이처럼 마술은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최고의 예술이다. 하지만 마술은 철저히 현실적이다.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내기까지 수차례의 시행착오가 뒤따라야 한다. 마술의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 마술사들이 살아남는 것 역시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을 견뎌야 한다. 이 같은 현실에서도 마술사의 꿈을 키워온 이들이 있다.
학생 때 이름 떨친 이강기 씨,
마술학과에 해군홍보단 마술병
프리랜서 마술사로 성장
마술사 이강기(24, 물금읍) 씨는 중학교 때 마술을 접했다. 중2 때 TV에서 이은결 마술사의 무대를 보면서 마술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양산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친구들과 마술 동아리 ‘Magic for you’를 만들었다. 동아리를 통해 연습은 물론 정기공연을 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마술 하는 청소년이 흔치 않은 데다 실력이 출중하다보니 이 씨는 학교나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서 단골손님이었다.
이렇게 학생 마술사로 성장한 이 씨는 고등학교 3학년 초에 진로를 결정지었다. 2008년 처음 생긴 동부산대학 마술학과 1기생으로 입학하게 된 것이다.
이 씨는 “마술하면서 ‘왜 지방에서 활동하냐’는 얘기 많이 들었죠. 서울이 더 좋지 않냐고. 하지만 훌륭한 교수님들이 부산에 계시고, 마술축제도 열리는데 굳이 서울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집과 가까운 부산에서 마술 을 배웠다는 게 운이 좋은 거죠”라고 말했다.
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씨는 마술의 대중화를 이끈 마술사 이은결과 해군홍보단 연예병사 마술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이은결의 면접을 통과한 이 씨는 2009년 5월부터 두 달 동안 마술을 함께 연습했다. ‘기술에 연기가 더해져야 마술’, ‘음악을 활용하라’는 당시 이은결의 조언은 마술사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이 씨 공연 본 김선중 씨,
마술공연 보조하며 마술 입문
같은 길 걸어가며 꿈 키워
이러한 이 씨의 성장 과정을 거울삼아 마술사의 꿈을 키운 이가 있다. 바로 김선중(22, 물금읍) 씨이다.
남부고등학교를 나온 김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이 씨를 처음 만났다. 김 씨는 “당시 형이 손에서 카드가 생기는 마술을 보여줬는데, 첫 눈에 반했죠. 이후 마술세트로 연습하면서 재미를 붙였다가 고등학생 때 형을 따라다녔죠”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김 씨는 이 씨가 공연할 때마다 무대를 준비하고 소품을 정리하면서 마술의 기본기를 배웠다. 대학 역시 이 씨의 조언을 받아 같은 대학 같은 학과로 진학했고, 둘은 올해 2월 함께 졸업했다. 먼저 길을 터놓은 선배가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마술사의 길에 들어선 셈이다.
이제 졸업동기로 함께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두 마술사의 고민은 뭘까.
이 씨는 “젊은 마술사들이 서른이 넘으면 다들 마술과 관련 없는 일들을 하고 있는 걸 많이 봐요. 마술사로 성공하는 게 쉽지 않아요. 저 역시도 고민은 되죠. 지인의 소개로 하는 편인데, 앞으론 저희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지 않을까요”라며 “양산에서도 마술 공연의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고 바람을 내비췄다.
이 씨와 달리 군복무를 마치지 않은 김 씨는 보름 뒤 논산훈련소로 입소해야 한다. 김 씨는 “졸업 뒤 청년 마술사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많이 그만 두죠. 군대를 다녀온 뒤 마술사로서 어떤 길을 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에도 마술에 대한 이들의 사랑은 끝이 없다. 어떤 공연이라도 준비부터 무대에 오르는 모든 과정이 언제나 즐겁고 설렌다고 말하는 두 청년 마술사. 앞으로도 마술사의 꿈을 키워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