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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수학과 과학이 재밌었다. 대학에선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전공을 살려 전자회사 입사를 준비했다. 전형적인 공대생의 길을 걸어온 손동혁(30, 동면) 씨는 돌연 진로를 바꿔 스물 아홉의 나이에 꽃집을 창업했다. 손 씨는 꽃만 팔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실내화분을 돌보는 ‘화분관리서비스’도 하고 있다.
하늘정원 대표 손동혁(30) 씨는 대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쿠쿠전자나 에스텍 같은 전자회사 취업을 목표로 하던 전형적인 공대생이었다. 성적도 우수한 편이었다. 그러다 2학년을 마치고 유학을 위해 휴학했는데 갑자기 집안사정이 어려워졌다. 그때부터 남부시장에서 30년 가까이 꽃집을 운영해왔던 아버지의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아르바이트 수준으로 하던 것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경영’을 배웠다.
휴학 후 아버지 가게서 일 시작
사업성 발견해 서른에 꽃집 창업
손 씨는 “거래처 관리를 주로 했다. 기존 거래처는 물론 안 가봤던 농장까지 다니면서 물건 보는 눈도 키웠다”고 말했다.
당시 손 씨 아버지 가게 물건 중 절반은 부산의 생산자로부터 직거래로, 나머지 절반은 서울에서 유통망을 한 단계 거친 것이었다. 손 씨가 거래처를 발굴하면서 부산이 70%, 서울이 30%로 유통비용을 줄였고, 순수익도 조금 올랐다.
손 씨는 “아버지를 도우면서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바꾸면 사업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진로까지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복학해서는 식자재 납품 기사로 일했다. 새벽 5시부터 오전 10시까지 학교에 식자재를 납품하고,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공부하고, 밤 12시부터 새벽 2~3시까지 냉동탑차를 몰기를 1년여. 몸이 안 뛰면 돈이 안 나오는 일이라 비전이 없다고 판단해 4학년 때 다시 아버지 밑에서 배우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손 씨는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공대생에서 꽃가게 사장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손 씨는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를 하고 싶었다. 손 씨는 “몇 달에 한 번씩 필터를 교체해주는 정수기 업체를 보면서 화분도 관리를 전담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수도권에서 활성화돼 있지만 양산에는 아직 전문업체가 없더라”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화분관리서비스 도입해 차별화
꽃 전문가로 브랜드 개발이 목표
하지만 개척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 창업한 지 6개월째 접어든 지금 화분관리와 기존 꽃가게의 업무를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화분관리에 초첨을 맞췄다. 하지만 수요가 없었다. 카탈로그 250부를 지역 기업 등에 보냈는데, 문의는 5건에 불과했다. 월세, 직원 월급, 대출 이자를 감당하는 건 벅찼다. 그럼에도 손 씨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화분관리서비스’ 시장은 작지만 ‘화분관리’ 수요는 있다고 판단했다. 수요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화분관리서비스 특화 업체임을 강조한다.
“‘빵’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지 않나? 꽃 브랜드는 없다. 꽃전문가로서 브랜드를 만들고 체인망 구성하는 게 목표다. 그래서‘꽃’하면 ‘손동혁’ 이 세 글자가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현실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